멜론 1위와 음악방송 트로피, ‘니온’이 일으킨 돌풍
지난 13일 세상에 나온 그룹 A2O 라이트(A2O Lite)의 데뷔곡 ‘니온’(NEON)이 가요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곡이 공개된 지 단 29시간 만에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의 톱100 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실물 음반을 내지 않고도 데뷔 일주일 만에 음악방송 트로피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소셜 미디어(SNS)상에서는 ‘니온’의 안무와 음악을 재해석한 패러디가 범람하며 이른바 ‘에투라 신드롬’이라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폭발적 인기의 배경으로 프로듀서 이수만이 고수해 온 제작 철학이 다시금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인 이수만이 키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선 A2O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걸그룹인 A2O 라이트는 만 14.9세라는 평균 연령을 가진 멤버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최근 데뷔하는 걸그룹들 중에서도 상당히 어린 축에 속한다. 소속사인 A2O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신곡 ‘니온’을 Z세대와 알파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잘파팝’(Zalpha Pop) 장르라고 정의했다.
‘미혼 앤 비혼’ 밈과 AI 기술이 만든 알고리즘 장악
A2O 라이트는 K팝의 전통적인 문법을 정교하게 구현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팬들에게 ‘오래된 신선함’을 선사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특히 ‘니온’의 가사와 춤이 온라인상에서 밈(Meme)으로 급속히 확산하며 대중의 알고리즘을 점령한 것이 인기를 가속화했다. 이러한 흥행의 중심에는 ‘미혼 앤 비혼’이라는 밈이 자리 잡고 있다. 도입부의 “니온 앤 비욘드”라는 가사가 중독성 있게 들리면서 ‘미혼 앤 비혼’으로 오인되는 현상이 유행을 탄 것이다. 여기에 멤버 시리와 아이찡의 초기 안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합성한 패러디 영상들이 쏟아지며 화력을 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같은 유명 인사부터 드라마 인물, 반려동물까지 AI를 통해 춤을 추는 영상이 등장했다. 소속 아티스트인 소녀시대 써니 또한 이수만과 프로듀서 유영진이 해당 안무를 수행하는 AI 합성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화제를 모았다.
기존 K팝 문법을 거스르는 차별화된 전략
‘니온’은 최근 가요계의 주류인 짧은 곡 구성에서 벗어나 있다. 대다수 흥행곡이 2분 내외의 짧은 길이를 지향하며 쇼트폼용 쉬운 안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 곡은 3분 28초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가진다. 덕분에 기존 짧은 곡들에서 생략되던 하이라이트 구간과 화려한 댄스 브레이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 안무의 난이도 역시 매우 높다. 도입부 안무를 맡은 제이블랙은 안무의 난도를 더 높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룹의 정체성 또한 독특하다. 2022년 뉴진스 등장 이후 멤버의 개성이나 자연스러운 일상복 스타일을 강조하는 그룹이 많아졌으나, A2O 라이트는 이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고도의 연습량을 증명하는 칼군무와 사이버틱하고 인위적인 콘셉트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안무가 가비는 이들의 춤을 두고 동작이 매우 깔끔하다고 평가하며 ‘다시 만난 쾌감’이라고 극찬했다. 이를 두고 민희진 대표가 언급했던 ‘걸그룹 정반합’ 공식이 실제 시장에서 구현되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수만식 미래주의와 과거의 향수가 만난 지점
이러한 음악적 색채와 콘셉트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가 보여주었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미래지향적 콘셉트 측면에서는 S.E.S나 f(x)가 떠오르며, 멤버들의 외모가 보아, 설리, 크리스탈 등과 닮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 취향은 SM이 아니라 이수만이었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과거 SM식 아이돌 제작 방식에 대한 향수가 자극되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은 이번 성공을 이수만식 제작 방식의 귀환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유지해 온 미래주의적 콘셉트가 과거의 제작 방식과 맞닿아 있으며, 이것이 대중의 갈증을 해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칼군무와 당당한 태도 같은 K팝 초기 요소들의 복귀가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이수만이 익숙한 것을 변형해 대중을 설득하는 전략을 썼다고 보았으며, 제이블랙의 안무와 멜트미러 감독의 뮤직비디오 등이 결합되어 신선함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수만은 2023년 하이브에 주식을 매각하며 경업금지 약정을 맺은 바 있다. 그는 해외 매니지먼트 사업을 이어오다 2024년 중국 기반의 걸그룹 A2O 메이를 선보였다. 다만 같은 날 데뷔한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A2O엔터테인먼트가 향후 다양한 그룹을 선보일 계획인 만큼, A2O 라이트의 성공이 보이그룹의 흥행이나 혼성그룹의 데뷔로 연쇄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