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국면 전환 가능성과 김정은의 외교적 행보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이 북미 대화 재개에 관한 북한의 의사를 중국 지도부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달 18일부터 19일까지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북미 간의 대화 국면이 새롭게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국정원의 분석 내용을 공유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단 구성이 '항미원조' 기념이라는 공식적인 명분과는 달리 외교 관계자들 위주로 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군부 핵심 인사가 제외된 대신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국제비서 등 외교 라인이 주축을 이뤘으며, 중국 측에서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 인물들이 주로 참석했다.
외교 전문가 최선희의 역할과 중국 측 영접 인사의 변화
국정원은 최선희 외무상이 왕이 외교부장과 수차례 대화를 나눈 점과, 북한 권력 서열상 높은 조용원 당 비서가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최 외무상에게 양보한 상황을 핵심적인 정황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이 외교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정치 행사에도 최 외무상을 수시로 동행시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북미 대화 재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근거로 풀이된다. 최 외무상은 김정일 시대부터 활동해 온 북한의 대표적인 대미 외교 전문가다.
중국 측 영접 인사가 예고와 다르게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초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맞이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공산당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일정 등으로 인해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대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왕 주석은 2018년 김 위원장의 첫 방중 당시부터 북중 관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다만 국정원은 중국이 북미 대화의 중재자로 적극 나서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애 후계 지위 공고화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국정원은 딸 김주애의 후계자 지위가 점차 확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처음 등장한 이후 김주애의 활동은 치밀하게 계획되어 왔으며, 특히 공개 활동의 60%가 군사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군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군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도 실무에 관여하는 듯한 연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장은 김주애의 실명이 맞으며, 후계 내정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여정, 조용원, 최선희, 박정천 등 핵심 측근 중심의 친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총정치국에서 시작된 군 부정부패 사정 작업은 당정 간부 전반으로 확대되어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정보 체계는 국가정보국과 정찰정보총국을 양대 축으로 재편되어 대외 정보와 전장 정보 수집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AI 기술 육성을 위한 조직도 신설됐다. 또한 러시아와의 고위급 소통을 정례화하며 무기 부품 조달 및 기술 이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핵 전력과 재래식 무기를 동시에 강화하는 '병진 기조'를 유지하며 600mm 초대형 방사포 배치와 해군기지 신설 동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