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 종료 후 마주한 현실적 장벽

아동복지시설에서 성장한 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갈 때, 이들은 생활비와 주거 문제, 그리고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동시에 직면한다. 강원일보는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와 협력하여 도내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고충과 이들이 일 경험을 통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조명하는 기획 보도를 진행한다.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그룹홈에서 생활해 온 이지호(가명·27)씨는 성인이 되기 전 퇴소를 결정했다. 보호 연장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공동생활 환경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퇴소 후 원주에서 어머니와 잠시 머물며 식사와 가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언젠가 홀로 서야 한다는 불안감은 늘 그를 괴롭혔다. 이씨는 시설을 떠나던 날을 마치 세상 밖으로 내던져진 순간처럼 기억한다.

일상적 기술조차 낯선 자립의 과정

원주에서의 삶은 예상보다 낯설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처음 배달 음식을 주문해 본 경험은 이씨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닌 생소한 사건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생활 기술이 시설에서 자란 청년들에게는 스스로 부딪히며 익혀야 하는 고된 과제임을 깨달았다. 가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들이 이들에게는 결핍된 영역이었다.

생계와 직결된 ‘일’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었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여파로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1학년 2학기를 끝으로 자퇴했다. 이후 물류센터, 배송업, 음식점, 의류매장 등 다양한 곳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커리어 브릿지가 제공한 변화의 기점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이씨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지원책에 대해 무지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나, 전담기관을 만나며 변화가 시작됐다. 막막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큰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5년 도로교통공단에서 수행한 6개월간의 인턴십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망설였으나, 전담기관 담당자의 권유로 용기를 내 지원했다. 이력서 작성부터 AI 면접, 실제 직장 생활을 경험하며 막연했던 두려움은 점차 사라졌다. 특히 ‘커리어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정답을 강요받기보다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준 과정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스스로 해결할 힘을 기르는 자립

현재 이씨는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주거 마련이라는 현실적 과제도 안고 있지만, 그의 지향점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어떤 난관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그는 직접 경험해본 뒤에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진로가 고민된다면 일단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남겼다.

초록우산,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리본, 강원특별자치도자립지원전담기관이 운영하는 ‘커리어 브릿지’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취업 플랫폼이다. 이 사업은 청년들이 취업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실제 업무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이력서 작성과 면접 준비부터 일 경험, 취업 연계 및 맞춤형 경제 지원까지 단계별로 제공한다.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며 삶을 꾸려갈 동력을 얻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자립은 고립된 투쟁이 아니라 적절한 지원 체계와 연결될 때 더욱 단단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후원 문의는 (033)-762-9171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