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안경을 통한 부정행위의 기술적 가능성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안경으로 시험지를 촬영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도 문제의 80%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독일 마르틴 루터 할레-비텐베르크 대학교의 루퍼트 우르반스키와 랄프 페터스 연구팀은 제17회 컴퓨터지원교육 국제학술대회(ICALT 2025)에서 '대면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대규모 언어모델·비전언어모델: 스마트안경과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항을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의 문제 풀이 능력을 실험했습니다.
실험에는 독해 396개와 수학 324개를 포함한 총 720개의 문항이 사용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스마트안경으로 시험지를 바라볼 때 발생하는 이미지 왜곡을 인위적으로 구현하여 실제 상황과 유사한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일정 거리에서 시험지를 관찰하는 상황을 모사하기 위해, 시험지 이미지에 약 75도에 달하는 원근 왜곡을 가하고 5%의 노이즈와 3픽셀의 흐림 효과를 적용했습니다.
AI 모델의 높은 정답률과 보안의 허점
이러한 왜곡된 이미지를 구글의 '제미나이 1.5 프로' 모델에 입력해 풀이한 결과, 전체 정답률은 82.78%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수학 문제가 87.96%, 독해 문제가 78.54%의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GPT-4o' 모델 역시 전체 문제의 75.69%를 맞혔으며, 수학은 74.69%, 독해는 76.52%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왜곡이 없는 깨끗한 이미지를 제공했을 때의 정답률은 GPT-4o가 87.22%, 제미나이가 84.58%를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화질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상용 AI 모델이 높은 정확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안경이 대면 시험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학생들 간의 협력 없이도 스마트안경이 AI 모델에 문제를 전달하는 입력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또한 화면 표시 기능이 없는 안경은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번 실험이 실제 커닝 안경을 제작해 검증한 것은 아니며, 한 페이지에 한 문항만 배치하는 등 실제 시험의 복잡성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국내 부정행위 사례와 교육당국의 강력 대응
국내에서도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되며 교육 현장에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지난달 연세대와 서울시립대에서 실시된 수시 논술시험 중, 초기 확인 단계에서는 일반 안경을 썼으나 시험 시작 후 스마트안경으로 교체해 사용한 수험생들이 적발되었습니다. 올해 들어 국가자격시험에서도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5건이나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대응책을 대폭 강화합니다. 시험장마다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판단할 전담 인력을 1명씩 배치할 계획입니다. 만약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시험을 치르거나 단순히 소지만 하고 있어도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되며, 이듬해 수능 응시 자격도 박탈됩니다. 교육당국은 수사 의뢰 등 형사 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며, 현재 1년인 부정행위자의 수능 응시 자격 정지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