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최초 동물 전담국 체계 흔들리나

경기도가 추진 중인 조직 개편안을 두고 동물권 단체와 수의계, 농축산업계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30개였던 실·국 규모를 25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축산동물복지국’과 ‘농수산생명과학국’을 ‘농축수산생명국’으로 하나로 합치고, ‘반려동물과’를 현장 사업소인 ‘반려마루’ 소속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부서 간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각 조직이 맡은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민선 8기 정책 기조와 정면 충돌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는 경기도가 스스로 약속했던 정책 방향을 뒤집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기도는 지난 2022년 10월, 동물복지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공언하며 ‘축산산림국’을 ‘축산동물복지국’으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특히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보호와 복지를 전담하는 부서를 동물복지과와 반려동물과로 세분화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러한 선진적인 동물복지 행정 체계는 사실상 와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수의계·축산단체 “방역 체계 약화 및 졸속 행정” 규탄

반발의 목소리는 현장에서도 강력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를 포함한 100여 개 시민단체는 지난 26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가 동물복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전담 부서의 정책 기획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의계 역시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축산동물복지국 통폐합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손성일 경기도수의사회장은 전국 등록 반려견의 약 30%가 거주하는 경기도에서 반려동물과를 현장 사업소로 내리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구제역 발생 당시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상기하며, 가축전염병 방역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위생시험소를 3급 기관인 사업본부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축산업계 “도정 약속 파기”... 경기도는 “검토 중”

축산계의 반발도 거세다. 이덕우 경기도축산발전단체협의회장은 27일 도청을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며, 축산 행정이 가축 질병 대응부터 농가 경영 안정, 식품 안전까지 아우르는 핵심 공공 행정임을 강조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이번 개편이 농축산업의 AI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공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전국한우협회는 입법예고 기간이 단 6일에 불과한 점을 들어 졸속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추 지사가 제기된 의견들을 충실히 검토 중이며, 필요시 재입법예고 등 추가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련 부서에 동물복지 정책 기획 기능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