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의원의 사퇴로 재점화된 장관 겸직 논란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여의도 서울의달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야경은 국회의 활동이 펼쳐지는 장을 상징하듯, 최근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문제가 다시 화제가 됐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받은 지 약 2주 만에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이 쟁점이 재조명된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겸직하는 것이 대통령제하의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25일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법의 간극과 정치권의 공론화 요구
이 논란의 출발점은 용 의원이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였을 때인 지난 10일 기자회견이다. 당시 용 의원은 장관직과 비례대표 의원직을 동시에 맡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하며 겸직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용 의원이 결국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구분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 방안을 공론장에 올리자"고 요구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함께 맡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겸직이 금지되는 직으로 장관을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적 간극이 논란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국내외 법제의 비교와 권력분립 원칙
한국을 제외한 대통령제를 채택한 주요 국가들은 의원의 장관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권력분립 원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미국은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데 반해, 프랑스는 헌법 23조에서 "국무위원은 의회 의원직, 전국적인 직능 대표, 공직, 전문적인 활동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이유로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국회 쇄신특별위원회는 2013년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취지에서 의원 겸직과 영리업무를 금지하기로 합의했으나, 국무위원은 겸직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국회 운영위 법안소위에서 홍익표 전 민주당 의원은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본래 국회의원이 해야 될 업무나 부여받은 권한과는 좀 다른 거라는 비판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성 저하와 권력 집중의 우려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겸직할 경우 입법 활동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 학술지 '입법과 정책'에 실린 '현직 국회의원의 국무총리·국무위원 겸직이 입법활동에 미치는 영향: 제17~20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연구진은 "현직 국회의원이 행정각료를 겸직하게 되면 (법안) 대표 발의 건수가 14.5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겸직 시) 국민의 대표자로서 직무전념성에 제약이 발생하고 대표성의 배제를 초래한다는 문제 제기를 법안 발의 차원에서 경험적으로 지지한다"고 분석했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 등은 지난해 12월 발간된 '국회의원 장관 겸직 현황과 쟁점: 제6공화국 제1기 내각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경험적으로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장점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기보다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됐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정권별 초대 내각 장관의 직업군을 비교한 결과, 의원 출신 장관이 김대중 정부(70.6%), 문재인 정부(44.4%), 이재명 정부(42.2%), 윤석열 정부(36.8%), 김영삼 정부(27.3%), 노무현 정부(21.1%), 노태우 정부(19%), 박근혜 정부(17.6%), 이명박 정부(0%) 순으로 많았음을 확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핵심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력 야망에 선을 긋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라며 "겸직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에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가는 순간 비례대표든 지역구 의원이든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