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한 이란 공습, 전쟁사의 분기점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가한 공습 이후 전개된 전쟁 양상은 전쟁사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처음 목격한 인공지능(AI) 전쟁이라 평가된다. 그동안 미군은 인공지능을 드론의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표적 인식 알고리즘, 사이버 방어 시스템 등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도구로만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이란 공습에서는 정보 수집부터 표적 식별에 이르기까지 작전의 전 과정을 인공지능이 주도했다. 특히 미국 앤트로픽(Anthropic)사의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Claude)'가 군사작전 전반에 걸쳐 공식적으로 투입된 점이 주목된다.
6가지 작전 요소 대신 AI의 초고속 분석
서영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AI 전쟁의 시작: 이란 공습과 클로드가 우리군에 주는 함의'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상용 인공지능이 군사작전의 핵심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편입된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즉 인공지능이 지휘통제체계에서 인간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맡긴 역사상 최초의 실전 사례라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군에서는 지휘관이 작전을 수립하거나 상황을 판단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6가지 작전 요소, 이른바 METT-TC로 임무, 적, 지형 및 기상, 가용부대, 가용시간, 민간요소를 꼽는다. 지휘관은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이 6가지 작전 요소를 평가한 뒤 판단을 내린다. 다만 인간이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미군 분석관은 위성 영상, 통신 감청 데이터, 소셜미디어와 오픈소스 정보, 첩보원 보고서를 검토하는 데만 수주에서 며칠이 소요된다.
클로드는 이러한 정보 처리와 분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클로드는 정보평가, 표적식별, 전장 시뮬레이션 등 작전 전반을 지원한다. 방대한 위성영상과 감청정보 등을 빠르게 분석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추출하고, 표적의 위치 파악과 타격 가치 평가, 연쇄 파급 효과를 예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서 연구위원은 최종 타격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는 것으로 보이나, 미국-이란 전쟁에서 인공지능이 전장의 '분석관 참모'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군사정보 주권을 위한 한국군의 현실적 과제
상용화된 인공지능 가운데 클로드가 미군 작전에 투입된 것은 제도적 선점을 했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미군 기밀망(SIPRNET)에 배포 승인을 받은 유일한 인공지능 모델이었다. 구글 제미나이(Gemini) 등 경쟁 인공지능 모델들은 평문 데이터 처리만 가능한 일반 인터넷망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한국군이 미군이 사용하는 인공지능 전쟁 수행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한국군의 위성영상과 신호정보, 표적평가 자료 등이 외국 기업 플랫폼에서 운용될 경우 '군사정보 주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클로드를 팔란티어(Palantir)와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연계해 기밀망에서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