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 투자로 지분 구조 재편

네이버에 대한 엔비디아의 10억 달러 규모 투자가 다음 달 6일 본격적으로 실행된다. 네이버는 30일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대금 납입일이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의 선결 조건이었던 최소 9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확보 요건은 이미 충족된 상태다. 이에 따라 납입일은 기존 공지된 날짜에서 다음 달 6일로 조정되었으며, 신주 상장 예정일 역시 다음 달 20일에서 27일로 변경되었다.

이번 유상증자의 주당 발행 가격은 20만 4,500원으로 책정되었다. 발행 예정 주식 수는 총 724만 1,564주이며, 조달 금액은 달러당 1,480.9원을 적용한 약 1조 4,809억 원 규모의 잠정치다. 네이버는 오는 다음 달 3일 서울외국환중개 시장평균환율을 바탕으로 최종 조달액과 발행 주식 수를 확정해 정정 공시할 방침이다. 한편, 엔비디아가 이번에 취득하는 신주는 향후 1년간 매각이 제한되는 조건이 붙는다.

엔비디아 3대 주주 등극과 지분 희석

자금 납입이 완료되면 엔비디아의 네이버 지분율은 약 4.54%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는 올해 8월 기준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9.49%)과 2대 주주인 블랙록(7.31%)의 뒤를 이어 3대 주주 자리에 오르는 수치다. 이 과정에서 기존 3대 주주였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4.03%에서 약 3.84%로 낮아지며 4대 주주로 밀려날 전망이다. 다만 최종 지분율은 확정되는 환율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해진 의장이 개인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엔비디아의 투자를 수용한 것을 두고, 치열해지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 창립 이후 기업의 중대한 변곡점마다 지분 감소를 받아들이며 성장을 도모해 왔다. 2000년 한게임 합병 당시 12.13%였던 지분율은 2002년 코스닥 상장 시 7.82%로 하락했고, 이듬해 새롬기술과의 약속 이행 과정에서 6%대로 줄어들었다. 이후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때 5.10%, 2013년 네이버 분할 시점에는 4%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AI 인프라 확보와 글로벌 협력 가속화

이 의장은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을 발표한 자리에서도 지분율 감소에 대한 질문에 "사업이 우선이며 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행보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빅테크들이 컴퓨팅 파워를 독점하는 글로벌 AI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팩토리 관련 신규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며, 엔비디아 및 브룩필드와 함께 추진 중인 글로벌 AI 팩토리 공동 구축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네이버가 엔비디아를 전략적 주주로 맞이함에 따라 반도체 수급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여러 국가와 진행 중인 소버린 AI 프로젝트에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플랫폼을 결합하여 공급하는 형태의 고도화된 협력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