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주권 위협하는 중국산 AI의 무서운 확장세
중국 인공지능(AI) 기술이 막대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앞세워 국내 산업 생태계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가성비와 오픈소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중국 기업들은 테크 업계를 시작으로 금융 및 공공 분야까지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차용의 문제를 넘어,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통제권과 국가적 주권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공급망 안보 리스크로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기술적 공습을 분석하고,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통한 국가 데이터 주권 수호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미국이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의 성장을 늦추려 했으나, 이는 오히려 중국 특유의 AI 생태계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은 연산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개방형 확산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포함한 17개 핵심 산업군 중 8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년에는 LLM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미국과 중국이 AI 주도권을 양분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최상위 AI 기업들이 API를 통한 폐쇄형 방식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증류 공격'과 미·중 AI 패권 전쟁의 격화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강력한 방어 조치로 맞서고 있다. 지난 12일, 앤스로픽은 중국 AI 기업들이 자사의 모델인 '클로드' 성능을 무단 복제하려는 '증류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류 공격은 경쟁사의 고성능 모델에 대량의 질의를 던져 그 답변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자사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앤스로픽은 중국 연구기관들이 클로드의 응답을 대량으로 수집해 왔다고 주장하며,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매출의 약 5~7%를 차지하는 고객들을 차단 조치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딥시크, 문샷, 미니맥스 등이 약 2만 4,000개의 가짜 계정을 동원해 1,600만 건 이상의 상호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있었다.
AI가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되면서, 기술 보호를 위한 접근 통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LG유플러스의 홍관희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앤스로픽의 미토스 시리즈 배포 과정에 미국 정부가 관여하는 점을 언급하며, 첨단 AI 모델의 배포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 간 정치·외교적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낮은 비용과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국의 견제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고 성능 모델은 정부 검증을 거친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배포되는 등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의 공급망 리스크와 독자 모델 확보 과제
문제는 중국산 AI가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한국 시장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성비를 우선시해 중국의 오픈웨이트 모델을 활용해 온 국내 기업들은 향후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큰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약 339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사내 AI 시스템에 알리바바의 언어모델과 미국 수출 통제 명단에 포함된 중국 연구소의 모델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독자 AI 모델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공공과 산업계 전반에 퍼진 중국 AI 모델 사용 현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의 3차 평가 결과에 따라 국내 모델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모델 가중치를 허깅페이스 등에 공개하며 개발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익명의 개발자는 앤스로픽 모델의 비용 부담 때문에 문샷AI의 '키미 K3'처럼 최대 70% 저렴한 중국산 모델을 사용하는 기업이 많다고 전하면서도, 중국의 저가 전략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