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줄 가족도 없는데”... 이주여성이 느끼는 막막함

지난 8월 울산에서 딸을 출산한 인도네시아 출신 샐리 씨는 공공산후조리원 예약을 시도했으나 타이밍을 놓쳐 실패했다. 그는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다른 이주여성들이 ‘공공산후조리원 우대’라는 프레임에 갇혀 곤경을 겪을 것을 우려했다. 특히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어질 각종 지원책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축소될까 봐 불안해했다.

결혼이주여성과 인권 활동가들은 ‘내국인 역차별’이나 ‘우대’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표현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며 한국인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이들의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주민센터 ‘동행’의 원옥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친정엄마가 먼 타국에 있어 도움을 받기 어렵고 남편이 생업에 종사하면 독박 육아를 해야 하는 실정을 강조했다. 소득 수준이 같더라도 실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이들이 훨씬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통계로 확인된 산후조리 실태와 정보 격차

보건복지부의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보고서 역시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뒷받침한다. 결혼이주여성 12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담 결과, 많은 이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결국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남편의 빈자리와 고국 부모의 부재는 이들을 경제적·정신적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었다.

한편, 이주여성들이 공공시설을 특혜처럼 이용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었다. 한국이주여성연합회의 왕지연 회장은 회원 상당수가 산후조리원 우대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정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원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은 억울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지역별 상이한 지원책과 낮은 이용 비중

현재 모자보건법 시행령에 따른 다문화가족 지원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1순위로, 다문화가족을 2순위로 두는 등 입실 우선순위를 세분화했다. 반면 이용료 감면 방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커서 전남은 70%, 제주 60%, 충남 50% 수준으로 운영된다.

실제 공공산후조리원 내 다문화가족의 비중은 매우 낮다. 충남 홍성 공공산후조리원의 경우 올해 9월까지 이용객 779명 중 다문화가족은 40명(약 5%)에 불과했다. 울산 북구 공공산후조리원 역시 2021년 7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이용자 2,951명 중 다문화 산모는 35명(1%대)뿐이었다. 전남 지역 공공산후조리원 7곳의 이용자 1,549명 중 다문화가족은 74명(4.8%)이었으며, 이 중 53%는 ‘둘째 이상’ 출산자였다.

정부의 제도 재검토 움직임

이러한 현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에 앞서 현황 조사를 마친 뒤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국민들이 역차별을 느낀다는 우려가 없도록 지원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