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성장과 승자독식의 갈림길
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은 향후 5년 동안 매년 30% 이상의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초고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 이면에는 선두 그룹에 안착하지 못하면 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승자독식'의 냉혹한 생리가 존재한다. 정부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라는 세 가지 핵심 메가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금 이 흐름을 놓칠 경우 국가 성장 동력 자체가 고갈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 and Markets)'가 발표한 AI 산업 전망 데이터에 따르면, 2032년 글로벌 AI 시장의 규모는 약 2조 4,070억 달러(한화 약 3,20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3,717억 달러(약 495조 원) 수준이었던 지난해 규모와 비교했을 때, 불과 7년 만에 시장의 크기가 6.5배나 팽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진입장벽과 기술 격차의 공포
AI 산업은 기술적 우위가 곧바로 시장 지배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보 등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수적이며, 우수한 모델이 양질의 데이터와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이것이 다시 모델 고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칩셋과 전문 인력,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 같은 한정된 자원들은 후발 주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인프라 시장이 혁신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시장 집중도와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AI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주요 공급망의 일부 구간에서는 상위 3개 기업이 전체 점유율의 6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AI 선도국 도약을 위한 전략
정부가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AI 3강' 진입을 선언한 것은, 현재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선도국들과의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 및 AI 전용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부총리 겸임)은 2026년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AI 3대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그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그리고 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지목하며, 이들이 향후 AI 시대 대한민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