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3대 분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계획은 속도(Speed), 거점(Stronghold), 선도(Spearhead)를 핵심으로 하는 3S 전략과 총력지원체계(Full-support)를 의미하는 1F 전략을 통해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경제 정책 추진에 있어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기업의 투자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기조 아래 정부와 여당은 지방 주도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을 발의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을 둘러싼 서로 다른 형태의 입법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 20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 관련 특례를 포함한 법안을 냈으며, 이튿날에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노동 특례는 제외하되 규제 특례는 유지한 법안을 별도로 제출했다. 이처럼 이틀 연속 유사한 명칭의 법안이 쟁점 조항만 달리해 발의된 것은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의식해, 심의 과정에서 병합 심사를 거쳐 조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상혁 의원안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최대 4년(2+2)까지 늘리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 내에서 유연하게 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전문직 및 연구개발직의 노동시간 상한 규정을 없애고 연장·야간수당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방안, 외국인투자기업의 파견 업종 및 기간 확대 등 고용과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최기상 의원안은 노동 특례를 뺐으나, 기업 요구에 따라 각종 규제를 전폭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의지는 동일하다.
인허가 의제와 환경·안전의 위기
초광역특구법의 상당수 조항은 기존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법에도 불구하고’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 측은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면서도, 175조부터 211조에 걸쳐 재생에너지특별선도단지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특례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184조의 ‘인허가 의제’ 조항은 재생에너지단지로 승인될 경우 무려 44개의 다른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미 농촌 지역에서는 대규모 풍력 및 태양광 사업이 주민의 삶터와 농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법안은 환경 기준과 주민 권리를 보호하기보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에너지 개발을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전격전’과 ‘속도전’을 강조하는 가운데, 속도 위주의 작업 환경이 중대재해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질 미래인가
기업들의 노동시간 규제 완화 요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현 상황은 과거 산업전사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었던 장시간·불규칙 노동과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죽음을 망각한 듯 보인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발전을 명분 삼아 노동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선점이라는 목표가 보편적 권리의 확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압도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간다운 삶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결국 사회적 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 초광역특구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