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 공급 부족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매우 길게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양사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완판 행진과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를 근거로 들어, 업황이 정점에 도달해 꺾일 것이라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진행된 2026년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내년도에는 AI 관련 투자 확대와 공급 제약이 맞물리며 반도체 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28년까지도 물량 확보가 어려운 빠듯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스 역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현상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내년도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561조 원과 40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HBM 매출 급증과 다변화되는 AI 수요
이 같은 시장 수요의 핵심 동력은 AI 기술의 확산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메모리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주체가 기존의 소수 빅테크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기업 및 국가 단위로 넓어지는 등 구조적인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의 판매 호조도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HBM4(6세대)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3배 이상 급증했으며, 전체 HBM 매출 내 비중도 약 60%까지 올라섰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3분기 기준으로 전체 D램 시장과 맞먹는 수준의 HBM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세대 제품인 HBM4E(7세대)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계약 확대와 전략적 시설투자 운영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한 장기계약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10곳의 대형 고객사와 계약을 마쳤으며, 추가로 10곳의 주요 고객사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 물량으로 채울 수 있는 규모다. SK하이닉스 또한 14개 고객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2027년에서 2028년 사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미리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향후 3년간의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완판되었으며, HBM 요청 물량은 공급 가능한 수준보다 2배 넘게 많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도 HBM 공급량과 가격에 대한 협상을 모두 완료한 상태다.
공급과잉 우려 불식시키는 선제적 투자 전략
시설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31조 7000억 원 증가한 84조 4000억 원으로 잡았다. 다만 신규 공장 건설과 실제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에, 2028년 생산 확대에 즉각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측도 투자 규모나 신규 팹의 수가 공급량과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수요에 맞춰 장비 반입과 양산 시점을 조절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증설이 공급 과잉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AI 수요를 통한 성장을 예고했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올해 2나노 공정 수주 과제 건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