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무시한 프레시백 업무 부과 논란

전남 광주 지역의 쿠팡 대리점들이 국토교통부의 표준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프레시백 관련 업무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심사를 요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택배노조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CLS가 1·2차 택배 사회적 합의의 취지를 저해하는 프레시백 작업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 역시 CLS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표준계약서상 택배기사의 직무 범위는 집화, 분류, 배송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CLS 측이 부속합의서를 통해 '회수'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프레시백 관련 작업을 기사의 의무로 확장해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자 신체 통증 호소 및 계약 해지 위기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 광주1캠프 소속 김재용 씨는 지난 4년 동안 매일 80개에서 100개에 달하는 프레시백을 회수하며 팔꿈치 통증을 겪어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격주로 12만 원을 들여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계약서에 없는 업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난 26일 업무 배제를 통보받았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현재 김 씨 외에도 9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공정위 대상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

이에 택배노조와 참여연대는 프레시백 작업을 명시한 쿠팡 대리점 12곳의 부속합의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대리점과 노동자 간의 위수탁 표준계약서에 포함된 일부 부속합의 조항이 약관법의 6·8·9·10조를 위반한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표준계약서에 없는 의무를 일방적으로 추가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보상책은 마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업무 거부 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등 이익 배분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CLS의 실질적 지시·감독 책임 규명 필요

심사 대상에는 CLS 본사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속합의서 내에 CLS의 규정이나 지침, 공지사항 등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CLS가 계약 내용을 결정하고 지시하고 있다는 논리다. 민변 소속 박정문 변호사는 노동자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더라도 부속합의서를 통해 CLS의 운영 방침을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리점을 거쳐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감독해 온 CLS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