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의 확산과 기후 변화로 공중위생 및 방역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책임질 위생사 제도는 수십 년간 이어진 규제 완화와 입법 공백으로 인해 심각한 침체기에 빠졌다. 국가가 직접 시험을 통해 발급한 공인 면허가 활용되지 못한 채 '장롱 면허'로 전락한 배경에는 과거 법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실책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소독관리인 제도 삭제가 불러온 전문성 균열
1975년 위생사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1979년부터 국가시험을 통해 배출된 위생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감염병 방역과 공중위생을 담당해 온 보건의료 전문 인력이다. 과거 전염병예방법 체계에서는 소독업 개업 시 시도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대통령령에 규정된 소독관리인 자격 기준에 의사, 약사, 수의사와 더불어 위생사 면허 소지자가 명시되어 체계적인 방역 관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1999년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소독관리인 제도가 폐지되었고, 이로 인해 현장의 방역 체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8에 따르면, 현재 소독업 등록을 위한 인력 기준은 대표자 외에 종사자 1명만 있으면 충족된다. 별도의 전문 자격이나 교육 이수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 소독업체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무자격 업체의 난립과 전문성 결여에 따른 약제 오남용 우려가 발생했으며, 사업장의 잦은 휴폐업이라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또한 과거 다중이용시설에 위생관리인을 배치하도록 했던 규정이 법 정비 과정에서 사라지며 채용 기반마저 무너졌다.
보건직종 중 유일한 보수교육 부재와 자격 부실화
면허 제도의 본질은 자격 발급을 넘어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현장 대응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 소관 24개 주요 직종 중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은 모두 연간 일정 시간 이상의 법정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한다. 하지만 11만 4천여 명의 위생사에게는 면허 취득 후 단 1시간의 보수교육조차 규정되어 있지 않다. 최신 살균 기술이나 AI 기반 해충 제어, 개정된 위생 법령을 습득할 통로가 차단되어 있어, 수십 년 전 지식만으로 현장에 투입되어도 법적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국가시험 응시 자격의 부실화 역시 문제를 키우고 있다.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대학에서 보건 관련 과목 중 단 한 과목만 이수해도 시험 응시가 가능한 구조가 형성되었다. 공중보건학, 환경위생학, 식품위생학, 위생곤충학, 위생관계법령 등 필수 5개 과목을 고루 이수하지 않고 자격을 취득하는 사례가 늘면서 면허의 신뢰도는 하락했고, 정규 과정을 밟은 전공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2016년 위생사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고 공중위생관리법으로 통합되면서 독자적인 법정단체 지위마저 상실되었다.
국가 방역 인프라 복원을 위한 입법 과제
현재 대한위생사협회는 사단법인 형태의 열악한 재정 상태로 인해 11만 명에 달하는 면허권자의 취업 현황이나 소재 파악조차 어려운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정부의 방역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 수행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계에서는 국가 방역 인프라의 약화를 막기 위한 조속한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으로는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별표8을 개정해 소독업 필수 인력으로 위생사 면허 소지자를 지정하고, 공중위생관리법 내에 3년 주기 면허 실태 신고제와 보수교육 의무화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필수 5개 과목 이수나 관련 학과 전공자로 엄격히 재조정하고, 협회를 법정단체로 전환해야만 일상적인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실질적인 안전망이 복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