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국제유가와 금리 상향 압박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현재의 3.00%를 넘어 최종 3.7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 안정화를 저해하고 시장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면서 추가 긴축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모양새다. 현재 시장의 주된 시각은 3.50%를 최종금리로 보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세와 물가 상승 위험을 근거로 4.00% 도달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제 원유시장의 움직임은 가파르다. 26일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 WTI 12월물 선물은 전날보다 1.66% 하락한 101.56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주의 급격한 상승세 이후 여전히 100달러 위를 유지하고 있다. 브렌트유 내년 1월물 역시 110.39달러로 1.17% 하락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앞서 23일에는 WTI 12월물이 3.82% 급등한 103.27달러로 마감하며 100달러 벽을 넘었으며, 브렌트유 12월물도 이틀간 7.3% 상승해 116.72달러를 기록하는 등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금리 상향 변수

고유가 현상은 수입 원가 상승을 넘어 석유제품 가격과 운송비, 기업의 생산 비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물가 상승을 유도한다. 이러한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혹은 고금리 유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JP모건의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근원물가 상승 가능성과 성장 전망의 상방 위험을 언급하며 최종금리 전망을 3.75%로 유지했다. 그는 추가 인상 시점을 올해 11월부터 내년 2분기 사이로 예측했다.

우리은행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 또한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까지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준금리가 3.50%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중 최종금리가 3.75%에 이르거나 상황에 따라 4.0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유가 동향이 최종금리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며 상향 여지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가 변동성이 워낙 크기에 특정 가격대만으로 금리 도달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더해졌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정책 방향

현재 유가 시장은 하방보다는 상방 리스크가 더 크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공격 소식, 그리고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감이 원유 공급 불안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중재로 긴장이 완화되며 유가가 일시 하락하기도 했으나, 공급 차질 우려는 여전하다. 키움증권의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상방 리스크가 높다는 점을 들어 3.75%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만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3.50%에서 마무리될 것이며, 더 오를 경우 3.75% 도달 확률은 약 10% 정도라고 덧붙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특정하기보다 경제 흐름에 따라 적시에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강한 성장세와 물가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히며,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이 8월 전망치인 2.5%를 상회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향후 금리 경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 지속 여부, 미국의 금리 경로, 환율, 그리고 AI 산업 사이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