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알리가 부르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선율이 울려 퍼지자, 침묵을 지키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인내심도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슬픔을 억누르며 자리를 지키던 이들은 충혈된 눈가를 보라색 손수건으로 누르거나 입술을 깨물며 참아왔던 오열을 터뜨렸다.
묵념으로 시작된 광화문 기억식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60명을 추모하기 위한 4주기 기억식이 거행됐다. 행사는 희생자들을 향한 묵념으로 시작되었으며,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방치와 부재로 인해 국민이 희생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진실을 명백히 밝힐 것이며, 규명된 사실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희생자 아버지가 전한 메시지
이날 무대에는 프랑스 출신 희생자 리마무 게네고의 부친인 파스칼 게네고 씨가 올라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한국을 무척 사랑했던 셰프였던 아들의 재능과 그가 계획했던 미래, 그리고 아들의 삶 자체를 기억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또한 정부를 향해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예방 가능성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게네고 씨는 진실을 밝히는 행위가 단순히 과거의 고통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인정하고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적절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임을 역설했다.
2차 가해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호소
정보라 작가는 4주기 기억의 글을 통해, 안전하다고 믿었던 서울 이태원에서 14개국 출신의 외국인 26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전 세계에 진실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자식을 안심하고 보냈던 부모들의 절규에 대해 진실과 책임, 그리고 재발 방지책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대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최근 자신들을 ‘가짜 유가족’이라 비하한 피의자를 언급하며, 딸의 존재는 허구가 아닌 실재였음을 세상에 외쳤다. 그녀는 이러한 2차 가해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