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권익 보호의 버팀목 사라지나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이주민 행정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되었던 경기도의 이민사회국이 출범 2년 만에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정책적 퇴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가 입법예고를 마치고 최종 검토 단계에 있는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국' 단위로 운영되던 이민사회국을 '과' 단위의 하위 부서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민사회국은 지난 2024년 6월 발생한 아리셀 화재 사고를 계기로 탄생한 조직이다. 당시 화재로 사망한 23명의 희생자 중 19명이 이주노동자였으며, 이들은 비상구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안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이 같은 비극을 겪은 뒤, 흩어져 있던 이주민 지원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졌고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이 조직은 언어, 교육, 의료, 주거, 노동, 인권 등 이주민과 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한 기초 조례를 제정하며 행정적 기반을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민사회와 이주노동자 단체의 강력한 반발
하지만 조직의 축소 소식이 전해지자 이주민 단체들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29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최대 이주민 거주 지역인 경기도가 오히려 이민정책 전담 기구를 없애려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은 이번 개편이 단순한 행정 기구의 조정을 넘어, 경기도가 이주민을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도정의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고 이주민을 행정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조합 위원장 역시 아리셀 참사 이후 이민사회국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체계적인 행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라이 위원장은 경기지사가 이민사회국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이주민의 삶과 권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실무를 지휘했던 김원규 전 경기도 이민사회국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 전 국장은 행정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담 조직의 폐지는 이민정책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이주민의 권리 구제 경로를 차단하는 중대한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능이 여러 부서로 분산될 경우 정책의 조정력이 약화되어, 행정 칸막이를 없앤다는 명목하에 오히려 이주민의 문턱을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최종 결정은 다음 달로
현재 경기도는 조직개편안의 최종 확정을 앞두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관 단체들과의 면담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제기된 의견들을 충실히 검토하여 최종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의 향방은 다음 달 중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