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익 견인과 완제품의 적자 전환
삼성전자가 창립 57주년을 맞이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문 간 극명한 명암이 갈리며 경영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의 기념사를 통해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안주하기보다는, 각 사업부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메시지는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405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연 직후 발표되었다. 실적 지표를 보면 사업부별 성적표는 판이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며 DS부문은 106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으나,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부문은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수익을 끌어올리는 동안, DX부문은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전영현 부회장의 주문: '기술 본연의 경쟁력과 고객 신뢰'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경고하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전 부회장은 현재의 시장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외부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실적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 기술 경쟁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을 보였다. 이에 따라 차세대 기술력 확보와 제조 효율의 고도화, 그리고 수율 향상과 완벽한 품질 확보라는 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전 부회장은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시장의 호황을 빌미로 고객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경계했다. 시장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지만, 고객의 신뢰는 어떤 환경에서도 지켜내야 할 근간임을 강조한 것이다.
노태문 사장의 전략: '원가 경쟁력과 신사업 동력 확보'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은 제품의 기본기와 원가 관리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노 사장은 디바이스 사업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품의 완성도와 품질, 그리고 운영(Operation) 능력을 끌어올려 시장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선제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제품 개발과 투자 계획도 구체화했다. 노 사장은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AI 컴패니언 디바이스, 홈 엔터테인먼트 AI TV, 그리고 홈 컴패니언 가전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로봇, 공조, 의료기술(메드텍), 전장 등 신사업 영역에서도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여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별도의 기념식 대신 대표이사 기념사로 창립기념일을 대신했으며, 향후 10년 단위인 60주년과 70주년 등에 맞춰 대규모 기념식을 개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