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전문가(PB)가 출근 후 컴퓨터를 켜면, 밤사이 변동한 시장 동향과 당일 상담 예정인 고객 리스트가 화면에 즉각 나타난다. 고객별 맞춤형 제안서까지 자동으로 정리되어 있어, PB는 단순 자료 수집 대신 어떤 고객에게 어떤 상담이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데 집중한다. 이것이 우리은행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미래형 영업점의 청사진이다.
업무 전반을 뒤흔드는 AI 전환(AX)
이러한 혁신의 핵심은 은행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AI 전환(AX)’에 있다. 방성우 우리은행 AI전략센터 전략총괄팀장은 28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접점에서 시작해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지는 업무 전 과정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LG CNS 컨설팅 출신으로 2017년 입행한 방 팀장은 생성형 AI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과 개발 기간의 단축을 기술 도입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꼽았다.
현재 우리은행은 직원 전용으로 특화된 23개의 GPT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향후 내년 6월까지 기업대출과 자산관리, 내부통제 등 총 8개 핵심 영역에 걸쳐 240여 개의 AI 과제를 순차적으로 현장에 도입할 방침이다.
기업대출부터 녹취 점검까지 자동화
기업대출 분야에서는 AI가 외국어로 작성된 계약서를 번역하고 서류 내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하면, 직원은 이를 최종 검토하여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방 팀장은 기업 운영자들에게 자금 공급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의 업무 효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고객이 겪을 수 있는 손해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상품 판매 시 진행되는 녹취 점검 업무도 AI가 맡게 된다. 기존에는 본부 직원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녹취 파일을 일일이 청취하며 업무를 수행했으나, AI를 활용하면 전수 조사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고객이 영업점을 떠나기 전 설명이 누락된 부분을 즉각 바로잡을 수 있으며, 점검의 정확도와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
PB 수준의 서비스를 모든 고객에게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듦에 따라 직원의 역할도 전문화된다. 우리은행은 AI 도입 효과를 검증한 후, 직원들이 고객 관리와 내부통제라는 본연의 가치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재편할 예정이다. 방 팀장은 10년에서 20년에 이르는 장기 금융상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객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객이 직접 이용하는 AI 상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내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우리WON뱅킹’ 앱 내에서 AI와 자산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 시 실제 PB와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방 팀장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PB 수준의 고품질 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