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승인과 에너지 믹스의 숙제
설계 수명이 다해 가동을 멈췄던 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가 지난 며칠 전 계속운전 허가를 획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이 승인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이번 결정으로 현재 심사가 대기 중인 7기의 원전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키는 '에너지 믹스'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노후 원전의 재가동만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량만 고려해도 신규 원전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형 원전의 경우 건설에 평균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는 만큼, 결단을 미뤄서는 안 된다.
계속운전의 경제성과 글로벌 추세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6기 중 정상적으로 운전되고 있는 것은 18기에 불과하다.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그리고 월성 2·3·4호기 등은 현재 계속운전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미 승인을 받은 고리 2호기와 이번에 허가된 고리 3·4호기를 모두 합치면, 계속운전 대상인 10기 원전의 설비용량은 8.45GW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을 짓는 것보다 기존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고 분석한다. 데이터센터의 용량 확대 추세와 재생에너지 대비 저렴한 단가를 고려할 때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438기의 가동 원전 중 240기가 이미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바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불러올 전력 부족 위기
하지만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만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급증할 전력 수요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서남권 반도체산업단지에서만 약 21.3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국내 전체 원전 발전용량인 26.05GW에 육박하는 막대한 양이다. 또한 2040년의 최대 전력 수요는 현재보다 약 1.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산술적으로는 대형 원전 19기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신규 원전 건설의 시급성
반도체와 AI, 로봇 산업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는 특유의 간헐성 문제로 인해 지속 가능한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점이다. 대형 원전은 부지 선정 단계부터 주민 보상과 인허가, 준공까지 거쳐야 할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지금 착수하더라도 2040년이라는 기한 내에 가동을 완료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추진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신규 원전 건설을 결단해야 하며, 동시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포화 문제와 전문 인력 부족 현상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재생에너지와의 조화는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는 통합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