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령 불복하고 미국행 택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선 패배 이후 사법당국의 출국 금지 명령을 무시한 채 미국으로 망명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포착됐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신을 '합법적 지도자'라고 규정하며 지난 선거의 부정 의혹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의원은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를 경유하여 28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오파로카 공항에 입국했다. 남색 폴로 셔츠 차림에 배낭을 멘 그는 가족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려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해 공항을 떠났다. 이는 지난 25일 대선 결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력설과 긴박했던 도피 경로
보우소나루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인해 여권이 취소되고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선거 다음 날 자택에서 검은색 차량을 타고 급히 이동한 그는 이틀 만에 미국 땅을 밟았다. 그는 전날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에 들어갔으며, 이날 오전 0시 21분경 아르헨티나 푸에르토이과수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행정부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일가의 미국 입국을 개인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비자 발급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도적 사유를 인정받아 최대 1년간 미국 체류 자격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의 고문인 제이슨 밀러가 보우소나루의 동생 에두아르도와 협력해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으로 향할 전세기를 확보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선거는 사기”... 불복 선언과 정치적 파장
미국에 도착한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신을 자유의 땅으로 맞이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용기를 보여준 밀레이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SNS를 통해 '브라질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게시하며 지난 대선을 '선거 사기'라고 비난했다. 특히 투표 마감 시간을 2시간 연장한 대법원의 결정이 불법이었다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을 '합법적 대통령 당선인'이라 칭했다가 삭제한 뒤, '합법적 지도자'라는 표현으로 수정한 성명을 다시 올렸다. 그는 브라질을 도망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누려야 할 지도자가 되기 위해 떠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보는 친트럼프 성향인 보우소나루 가문이 미국 정계에 벌여온 로비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과거 쿠데타 모의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텍사스에 체류 중인 동생 에두아르도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흔들리는 야권과 브라질 사법당국의 대응
보우소나루 의원의 돌발적인 행보로 브라질 야권은 구심점을 잃었다. 소속 정당인 자유당 지도부조차 언론을 통해 그의 출국 사실을 접했을 정도다. 측근인 타르시시오 고메스 데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 역시 그의 분노는 이해하나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입국은 허용했으나 브라질 정치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언급하면서도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브라질 고등선거법원 카시오 누네스 마르케스 원장은 2026년 선거가 법적 요건에 따라 정상적으로 치러졌다고 선언하며 선거의 정당성을 재확인했다. 룰라 대통령은 그의 도피를 두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일축했다. 노동자당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예방적 구속영장 발부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내년 2월 상원의원 임기가 종료되면 그는 불체포특권마저 상실하게 되며, 이번 사건은 미국과 브라질 간의 외교적 긴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