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와 접촉한 중국 국적 임원의 정체

중국 정부의 첩보 요원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접근해 기밀 정보를 수집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뒤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보당국이 중국 국적의 앨리스 황(중국명 황러)을 스파이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앨리스 황은 싱가포르 소재 데이터센터 기업인 메가스피드의 고위 임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중국 내 방송기자 출신으로 소개되기도 하며, 중국 주요 은행을 거쳐 반도체 및 AI 분야에 투자하는 허시캐피털에서도 근무한 바 있다. 그녀는 대외적으로 메가스피드의 CEO라고 자신을 소개했으나, 실제 기업 내부 자료에 따르면 설립 초기 경영이사(managing director)를 역임한 뒤 현재는 이사직에서도 물러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6조 원대 장비 구매와 미 당국의 밀반입 의심 조사

메가스피드는 엔비디아의 칩을 대량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후, 그 연산 자원을 중국 기업들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엔비디아 역시 이들을 공식 웹사이트에 클라우드 파트너사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말레이시아 관계사는 2024년 6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최소 48억 달러(약 6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엔비디아 AI 장비를 사들였는데, 이는 중소 규모 기업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미 당국은 메가스피드가 수출 금지 품목인 엔비디아 칩을 중국으로 밀반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24년부터 조사를 진행해왔다. 상무부의 현장 조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구매한 장비 중 일부가 데이터센터에 설치되지 못한 채 포장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앨리스 황에 대한 전자 감시를 수행하던 중 그녀가 한 미국 시민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으며, 신원 공개(unmasking) 절차를 통해 그 상대가 바로 젠슨 황임을 확인했다.

젠슨 황과의 친분 과시와 트럼프의 침묵 논란

앨리스 황은 젠슨 황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의 한 바에서 다른 AI 기업 임원들과 함께 젠슨 황의 옆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SNS(링크드인) 사진을 통해 공개되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도 AI 공급업체 관계자들과 젠슨 황이 업무 만찬을 마친 뒤 식당을 나서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SNS에 젠슨 황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친분을 과시해 투자 유치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밀착 행보로 인해 앨리스 황이 엔비디아의 핵심 기술은 물론, 미중 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까지 파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YT는 이 사안이 다음 달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전 관련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 감소나 중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보기관의 대응 부재와 기업 및 중국의 입장 차이

미 정보당국은 젠슨 황이 스파이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 보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가 정말 몰랐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미 당국이 젠슨 황에게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되었음을 경고하는 '방어 브리핑'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다만 앨리스 황을 감시 중인 구체적인 기관이나 그녀가 실제로 전달한 정보의 실체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엔비디아 측은 젠슨 황과 앨리스 황의 만남이 통상적인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해명했다. 존 리조 엔비디아 대변인은 젠슨 황이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임원과 교류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이며, 만약 특정 인물이 국가 산업에 위협이 되었다면 정부가 즉각 알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창 대변인은 이번 의혹을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메가스피드 측은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며 미 정부 조사에 협조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CIA, NSA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