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방어 위해 투자 규모 10% 하향 조정

현대자동차가 올해 자동차 부문 투자 계획을 기존보다 1조8000억원 줄이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연간 자동차 투자 규모를 당초 17조8000억원에서 16조원으로 하향했다. 이는 연초 계획 대비 약 10.1%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도매판매 목표치 역시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춰 잡았으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기존 6.3~7.3%에서 5.5~6.5%로 하향 조정하며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했다.

이러한 투자 축소 결정은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현대차의 3분기 글로벌 도매판매는 92만71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3% 급감했다. 유럽 및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공장의 파업 이슈와 부품 공급의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 시기와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방향을 택했다.

9조원 규모 '새만금 AI 밸리' 추진은 지속

하지만 자동차 부문의 투자 축소가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인 '새만금 AI 밸리' 구축 사업의 지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전북 새만금 현장 간담회를 통해 총 9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및 수소 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이 사업의 골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약 112만4000㎡ 부지에 AI 데이터센터(5조8000억원), 태양광 발전시설(1조3000억원), 수전해 플랜트(1조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4000억원), AI 수소 시티(4000억원)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실행력도 강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정부 주도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등 구체화 단계에 돌입했으며, 지난 9월에는 태양광 시설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도 세웠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9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새만금을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 사이의 줄타기

결국 완성차 사업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도 미래 산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 현대차그룹의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만금 프로젝트 외에도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동화 전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와 영업이익률 9% 이상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신차 개발과 생산 능력 확충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로 유럽과 신흥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와 생산 효율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당장의 수익성을 위해 투자를 조절하더라도 핵심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는 실적 발표 당일 그룹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851억6700만원을 추가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출자를 포함하면 포티투닷에 대한 현대차의 누적 출자액은 1조2205억원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