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기대수명과 반대로 추락하는 건강수명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건강수명은 68.6세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며, 기대수명과의 간극이 14.9년까지 벌어졌다. 이는 국민들이 생애 마지막 약 15년 동안은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표는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의료비 폭증과 돌봄 부담이라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

소득과 지역에 따라 갈리는 건강의 질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소득 수준과 거주지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건강수명은 71.07세인 반면, 하위 20% 계층은 62.94세에 그쳐 8.13년의 차이를 나타냈다. 지역 간 격차 역시 뚜렷하다. 세종시(70.08세)와 전남(66.76세) 사이에는 3.32년의 차이가 존재하며,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할 경우 그 격차는 최대 11.9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건강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관리 노력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득과 고용 상태, 교육 수준, 주거 환경은 물론이고 건강한 식품 섭취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 같은 사회적 조건들이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건강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사회적·환경적 여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책의 모순과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

정부는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73.3세로 끌어올리고, 계층 간 격차를 7.6년 이내로 좁히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은 이러한 계획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건강수명이 줄어들고 격차가 벌어지는 근본 원인을 규명하거나 기존 정책의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국가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그간의 보건의료정책은 주로 질병의 치료와 의료 서비스의 양적 확충에 치우쳐 왔다. 필수의료 체계와 지역 의료의 강화는 필수적이지만, 치료 중심의 접근법만으로는 건강수명을 늘리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투자가 부족한 가운데, 내년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예산까지 일률적으로 삭감한다면 국가가 설정한 목표와 실제 수단이 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4대 정책 전환

이제는 건강수명 연장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건강수명과 불평등 정도를 상시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득과 지역별 격차에 대한 심층 분석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국가 건강불평등 보고서의 발간 및 국회 보고를 제도화하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격차의 원인을 밝히고 정책 개입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국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순히 격차의 크기를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실질적인 지역사회 중재 정책을 개발하여 확산시켜야 한다. 아울러 소득, 고용, 교육, 주거, 교통 등 건강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지방정부가 협력하는 범정부적 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재원을 취약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 또한 단순한 사업 실적이 아니라, 실제 주민의 건강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와 건강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건강수명 감소와 불평등 확대는 우리 사회에 던져진 경고다. 국가 건강정책의 성패는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을 넘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평하게 건강한 삶을 누리는가로 평가되어야 하며, 이를 국가의 핵심 과제로 삼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김동현 한림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