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공동 개발 결실, 6300억 원대 기술 이전 계약 성사

녹십자와 한미약품이 협력하여 개발해 온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이 미국 희귀질환 전문 제약사인 바이오마린에 최대 4억 7500만 달러(한화 약 6346억 원) 규모로 기술 이전되었다. 양사가 파브리병 치료를 위한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약 6년 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다. 이번 계약에 따라 녹십자와 한미약품은 수령하게 될 기술료를 각각 50%씩 나누어 갖기로 했다.

바이오마린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파브리병 신약 후보물질인 'IGS-101'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표했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선급금으로 7000만 달러(약 935억 원)를 확보했으며, 개발 및 상업화 단계의 진척도에 따라 최대 4억 500만 달러(약 5411억 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이 별도로 지급될 예정이다. 또한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발생한 순매출액에 연동하여 추가적인 로열티를 지급받게 된다.

글로벌 독점권 확보와 한국 내 상업화 권리 유지

이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바이오마린은 한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서 'IGS-101'을 독점적으로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바이오마린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2상 단계를 마친 뒤, 이어지는 후속 임상 시험과 제품 생산,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업화 전 과정을 단독으로 이끌어갈 방침이다. 반면 녹십자와 한미약품은 한국 국내에서의 상업화 권리를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IGS-101'은 파브리병 환자들의 체내에 결핍된 알파-갈락토시다아제 A(alpha-Gal A) 효소를 보충해 주는 장기지속형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 후보군이다. 이 약물은 기존의 정맥주사 방식에서 탈피하여 피하주사로 투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양사는 환자들이 월 1회만 투여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브리병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특정 효소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당지질이 몸속에 쌓이는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신장이나 심장, 말초신경계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기존 치료제들이 주로 2주 간격으로 정맥에 주사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상 성과와 바이오마린의 파브리병 포트폴리오 확장

양사는 지난 2020년 리소좀축적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으며,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는 등 꾸준히 성과를 쌓아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임상 1/2상 승인을 얻었으며, 같은 해 5월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이 후보물질은 비임상 단계에서 신장 기능과 혈관 건강, 말초신경계 지표 등에서 차별화된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바이오마린은 이번 기술 도입을 통해 자사의 파브리병 치료제 라인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아미커스 테라퓨틱스를 약 48억 달러에 인수하며 경구용 치료제인 '갈라폴드'를 확보한 바 있는 바이오마린은, 'IGS-101'이 상업화될 경우 기존 '갈라폴드'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이오마린 측은 이번 계약이 파브리병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새로운 치료 방식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