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검증 결과마저 '야반도주'로 몰아붙인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의 서울 송파 지역 투표지 공개검증 절차가 마무리된 직후, 수많은 부정선거의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관위의 부정행위를 규명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다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장 대표는 특검팀이 12시간 이상의 검증을 거쳐 '특이 사항 없음'으로 판정된 투표지 상자 420개(전체 433개 중)를 선관위 보안시설로 이동시킨 행위를 두고, 마치 경찰과 공모하여 야반도주하듯 증거를 은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특검은 장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검이 부정선거의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700여 명의 정밀 검증 결과조차 부정하는 태도

장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참관인들의 이의 제기로 인해 정밀 감정이 필요하다고 분류된 13개 상자 분량의 투표지뿐만 아니라, 나머지 투표지들 역시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물이기에 피의자 신분인 선관위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국민의힘 관계자 등 참관인 100여 명과 특검 및 선관위 관계자 700여 명이 모여 247만 장에 달하는 투표지의 인쇄 상태와 기표 흔적을 한 장씩 전수 조사하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이처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검증 과정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사실상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247만 장의 투표지를 일일이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무리한 요구와 다름없다.

당내 비판과 선거법 개정이라는 본연의 과제

장 대표는 이날 예정되어 있던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 참석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 대표와 가깝다고 평가받던 신동욱, 조광한 최고위원 모두 부정선거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극우 및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목적에서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장 대표가 국민의 참정권 보호라는 본질적 문제에 진심이라면, 특검의 수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며 입법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노출된 선거관리의 구조적 부실을 바로잡기 위한 공직선거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 68건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4월로 다가온 보궐선거가 6개월 남짓 남은 현시점에서, 선관위 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