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맞선 제주 농업의 체질 개선 본격화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심화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 농업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고온 현상으로 감귤의 착색이 늦어지고 열과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재배 환경이 악화하자, 기존 작물의 품종을 교체하거나 아열대 과수로 대체 소득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스마트팜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고, 비료 사용량을 줄여 환경 부담과 생산비를 동시에 낮추려는 전략이 추진 중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기후 적응형 신품종 개발부터 탄소 저감, 가공 및 치유농업까지 아우르는 농업 구조 전환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만감류 신품종 확산과 경제적 가치 증명
제주 농업의 근간인 감귤 분야에서는 품질과 기후 적응력을 높인 신품종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2011년부터 교배육종을 진행해 가을향, 달코미, 설향, 우리향, 맛나봉, 레드스타 등 6종의 시설 재배용 만감류와 노지용 해담향 1종을 개발해냈다. 이에 따라 제주 육성 만감류의 재배 면적은 2022년 4개 품종 2.6㏊에서 올해 7개 품종 69㏊로 2년 사이 27배가량 급증했으며, 재배 농가 또한 15곳에서 702곳으로 대폭 늘어났다. 품종별로는 우리향이 37.9㏊(55.3%)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달코미(18.6㏊)와 가을향(5.2㏊)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김태균 농업기술원장은 신품종들이 레드향에 비해 열과에 강하고 당도가 높다는 점을 핵심 강점으로 꼽았다. 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달코미는 14.5브릭스, 설향은 13.6브릭스, 우리향과 가을향은 각각 13.5브릭스를 기록해 기존 품종보다 뛰어난 당도를 보였다. 또한 가을향, 우리향, 달코미는 11~12월에 수확이 가능해 출하 시기를 조절하기에도 유리하다. 경제적 우위도 뚜렷하다. 2025년산 예상 출하가는 ㎏당 달코미 1만 원, 우리향 8,900원, 가을향 8,750원, 설향 6,500원으로 기존 품종 대비 1.3~2.6배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작년 38개 농가에서 96t이었던 출하량은 올해 약 120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아열대 작물 다변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농업기술원은 묘목 생산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품종보호권 실시권 처분 주기를 5년에서 매년으로 단축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도내 35개 업체에 213㏊ 규모의 실시권을 부여했으며, 2030년까지 재배 면적을 85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맛나봉과 해담향을 중심으로 노지 재배 실증을 진행해 시설 투자 부담을 낮추고 온주밀감 중심의 재배 구조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아열대 과수 역시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제주 아열대과수 재배 면적은 87㏊로 전국 비중의 39%를 차지하며 232개 농가에서 재배 중이다. 다만 망고가 전체 면적의 약 74%(64.8㏊)를 점유하고 있어 바나나, 백향과, 용과 등으로의 작목 다변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원은 감귤 하우스를 활용할 수 있는 '저수고 바나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 바나나보다 시설비가 39% 저렴하고 난방 효율이 높은 2.3m 이하의 품종을 육성 중이며, 2027년 품종보호출원을 거쳐 보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19브릭스의 높은 당도와 편의성을 갖춘 스낵파인애플과, 2017년부터 적응성을 검토해온 올리브 재배도 확대 중이다. 특히 올리브는 노지 재배가 가능해 기존 밭이나 감귤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가공품 생산과 관광을 연계한 특화 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