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호흡의 무게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71)씨는 지난해 10월, 생사를 오가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길을 걷던 중 갑작스럽게 가래가 목을 막아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이다. 산소 공급원을 찾기 위해 급히 인근 약국으로 향했으나 호흡곤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다행히 약사의 신고로 119 구급대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김씨는 자신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김씨의 고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4~5년 전부터 지속된 기침과 가래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며 방치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2~3년 전부터 흡입제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숨을 쉴 때마다 들리는 쌕쌕거리는 소리와 끊이지 않는 가래는 호전되지 않았다. 집 주차장까지의 짧은 50m 거리조차 걷기 힘들 만큼 상태는 악화되었으며, 가래가 치밀어 오를 때면 차 보닛을 붙잡고 한참을 헛구역질하며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응급실 입원 이후에는 산소발생기와 호흡보조장치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현재도 수면 시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 낮은 인지율의 위험성

COPD는 담배 연기나 유해 물질의 장기 노출로 인해 기도와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여 공기 흐름이 제한되는 질환이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이지만 초기에는 체력 저하나 노화로 오인되기 쉽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COPD는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세 번째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이다. 2019년 국내 65세 이상 유병률은 25.6%에 달했으나, 정작 질환을 인지하는 비율은 2.3%, 치료를 받는 비율은 1.2%에 불과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급성 악화'는 매우 위험하다. 호흡곤란과 기침이 심해지며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폐기능은 급격히 떨어지고 사망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김혜수 교수는 "한번 떨어진 폐기능을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급성 악화가 반복될수록 폐기능 저하가 가속화되고 심혈관질환 위험도 커지므로 악화를 막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고가의 신약과 제도적 지원의 과제

올해 1월, 기존 약물로 증상 조절이 어려워지자 의료진은 김씨에게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권유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인한 막대한 약값 부담이 걸림돌이었다. 아내의 설득 끝에 치료를 시작한 김씨는 기침과 가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아내가 먼저 김씨의 숨소리에서 쌕쌕거림이 사라졌음을 느낄 정도였다. 김씨는 가래 감소와 호흡 개선만으로도 삶을 되찾은 기분이라며, 최근에는 직접 운전해 아내의 출근을 돕는 등 일상을 회복했다. 다만 손상된 폐기능을 고려해 무리한 활동은 피하고 있다.

김씨가 사용한 두필루맙은 지난해 3월 국내 허가된 치료제로, 제2형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IL)-4와 IL-13의 신호 전달을 차단한다. 기존 흡입 3제 요법으로도 급성 악화가 반복되는 환자 중 혈중 호산구 수치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에 두필루맙을 더했을 때 급성 악화 발생률이 최대 34% 감소하고 삶의 질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28일 열린 '국가 COPD 전주기 관리체계 완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개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제도적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이진국 건국대병원 교수는 폐기능검사 수검률을 바탕으로 신규 환자 발견을 위한 확진 및 치료 연결 체계와 교육·상담수가 신설을 제안했다. 황용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중증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제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과 산정특례 도입을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절실했다. 중증 환자인 김정호(73)씨는 비싼 약값 때문에 새로운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며,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부모의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들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장은 중증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며, 김은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이번 논의 사항들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