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거래망 아닌 외부 연결 시스템이 타깃

최근 금융권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해킹 사고의 피해 지점들을 분석해 보면 명확한 공통 분모가 발견됩니다. 공격자들이 침투한 경로는 금융사의 핵심 거래망이 아니라, 외부 네트워크와 접점이 있는 업무용 시스템들이었습니다. 보안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틈을 노린 이번 공격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대출 모집인이 사용하는 조회 서비스를 통해 고객 2만 5천 명의 정보가 빠져나갔습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부산은행 역시 업무 지원 시스템 등이 공격의 대상이 되었으며, 가상 자산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직원용 업무 시스템이 침해되어 내부 직원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공격 대상이 된 모든 곳은 핵심 망이 아닌 외부 연결 시스템이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AI 활용한 정밀 타격과 보안 사각지대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내부망 외곽에 위치한 사이트들이 공격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산에 대한 식별과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부실함이 관리 소홀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보안이 철저한 정문을 대신해 이른바 '쪽문'이라 불리는 우회로를 선택한 셈인데,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AI가 활용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AI를 해킹에 이용할 경우 특정 금융사의 시스템 내부에 숨겨진 미세한 취약점을 매우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한 곳에서 발견한 약점을 바탕으로 유사한 시스템을 운용하는 다른 은행들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전개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유출된 성명, 연락처, 소득 정보, 대출 한도 및 계좌번호 등은 보이스피싱이나 대출 사기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금융당국 대응 및 전문가 경고

금융당국은 현재 유출된 개인정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외부와 연결된 모든 전산 시스템에 대해 재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AI를 이용한 해킹 위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응 방식은 기초적인 부분조차 미흡하다고 언급하며 철저한 점검을 약속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를 무기로 삼은 해킹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