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세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매수 우위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누적 200조 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냈으며, 최근 한 달 사이에도 20조 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축인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자본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분석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약 7,460억 달러(한화 약 1,0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660억 달러(약 222조 원) 규모를 관리하는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의 김한 한국 대표를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시장 이탈인가, 단순 차익 실현인가

김한 대표는 2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관심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가 한국 시장에 대한 구조적인 투자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최근의 순매도 현상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았다. 기술주나 산업재 등 주요 섹터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발생한 차익 실현 매물과, 한국 증시가 주요 지수 대비 양호한 성과를 거둔 이후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단순히 주가가 낮아진 밸류에이션뿐만 아니라, 타 시장과의 수익률 비교, 업종별 상승 폭, 포트폴리오의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매도 규모를 보고 장기적 판단이 바뀌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AI 산업의 수익성과 반도체 실적의 지속성

외국인 자금이 다시 한국으로 유입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명확한 성장세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실적 개선, 그리고 주주환원 정책이 꼽혔다. 특히 AI 관련 투자가 실제 수익성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한 변수다. 김 대표는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진 메시지와 실적을 고려할 때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얼마나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수요처의 수요 강도와 AI 사업의 실제 수익성, 그리고 금리 변동에 따른 비용 부담과 자금 조달 능력 등이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AI 투자의 실질적인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실적 개선만으로는 주가 상승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조선, 방산, 금융 등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의 다른 업종들도 주요한 투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