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고 월세 시대…서울 임대차 시장의 지각변동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월세 거래 자체가 줄어든 것보다 전세 거래가 훨씬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총 17만 2027건 중 월세(반전세 포함)는 8만 774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51.0%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43.7%보다 7.3%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거래 유형별 변화를 살펴보면 전세의 몰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9월 11만 6272건이었던 전세 거래는 올해 8만 4287건으로 27.5%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거래는 9만 310건에서 8만 7740건으로 2.8%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쳐, 전세의 감소 폭이 월세보다 약 10배가량 컸다. 이에 따라 월세 비중이 전세를 앞지른 자치구는 지난해 4곳에서 올해 13곳으로 대폭 늘어났으며, 여기에는 마포구, 용산구, 강북구가 포함되었다. 다만 성북구와 도봉구는 각각 44.7%의 월세 비중을 기록하며 여전히 전세 위주의 흐름을 보였다. 2011년 통계 집계 이래 연간 월세 비중이 50%를 상회한 적은 없었으나, 올해 9월까지의 누적 데이터는 이러한 역전 현상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강남 넘어 외곽까지 확산된 '고액 월세' 공포

임대료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66만 1000원으로 집계되어 지난해 동월(144만 3000원) 대비 15.1%인 21만 8000원이 올랐다. 중위 월세 역시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고액 월세 계약의 증가세가 가파른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23일까지 서울 전용 61~85㎡ 아파트에서 월세 300만원을 초과한 계약은 3289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58건보다 15.1% 증가한 수치다.

고액 월세는 이제 강남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300만원대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화포레나미아는 올해 3월 이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315만원 사이의 계약이 4차례 체결되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4단지 e편한세상(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3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0만원이었던 7층 매물이 올해 8월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300만원(9층)으로 계약되며 12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전용 84㎡) 또한 보증금 5000만원 기준, 지난해 9월 210만원이었던 월세가 올해 9월 300만원으로 치솟았다.

지역별로 보면 외곽 지역의 임대료 상승 폭이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알스퀘어의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용 60~85㎡ 아파트의 평균 환산 월 임대료는 317만원으로 전년 대비 13.5% 올랐다. 특히 강북구가 26.7%로 가장 높았고 강동구 26.4%, 노원구 24.6% 순으로 나타나 외곽 지역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급 부족 논란과 다가오는 입주 물량 절벽

전세 물량 감소의 원인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간임대사업자 규제와 실거주 요건 강화가 전세 공급을 줄이고 월세 전환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거주 규제의 영향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 부족에 있다고 반박했다. 규제가 없는 지방에서도 전월세 매물이 줄고 있으며, 최근 3년간 감소한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의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동북권과 서남권의 전세 물량이 70~80% 급감했다고 언급하며, 실거주 중심의 기존 부동산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거 불안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 5452가구에서 내년 2만 3510가구로 7.6% 줄어들며, 2028년에는 1만 4615가구까지 급락해 내년 대비 37.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실제 입주 규모는 공사 현장의 상황이나 일정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