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부담에 현금흐름 악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주가가 13%가량 폭락하며,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5000억 달러(한화 약 700조 원)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력 수익원인 검색 광고 부문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데다 현금 흐름까지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지시간 29일 뉴욕증시에서 알파벳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13% 급락세를 보였다. 만약 이날 종가 기준 하락률이 9.77%를 상회할 경우, 알파벳은 2004년 상장된 이래 실적 발표 직후 기록한 가장 큰 낙폭을 경신하게 된다. 알파벳의 시가총액 감소 예상치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이는 나스닥100지수 전체 시가총액 감소 예상액인 6930억 달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엇갈린 현금 창출력

주가 폭락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AI 기술 확보를 위한 과도한 현금 소진이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의 3·4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90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마이너스 27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3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알파벳은 올해 연간 자본지출(CAPEX) 전망치를 기존 1950억~2050억 달러 범위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4분기 설비투자 및 금융리스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452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는 시장 예상치인 506억 7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한 잉여현금흐름이 2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86억 3000만 달러의 흑자를 달성하며 현금 창출 능력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두 기업 간의 현금 흐름 차이가 주가 향방을 갈랐다고 보고 있다.

검색 광고의 위기와 기술주 동반 하락

알파벳의 핵심인 검색 광고 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3·4분기 검색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63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달했다. 특히 AI 검색 기능인 'AI 모드'의 광고 수익성이 기존 검색 방식보다 낮다는 점이 실적에 부담을 주었으며, 챗GPT나 클로드 같은 경쟁 AI 서비스로 검색 수요가 이동하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퀼터 체비엇의 벤 배링거 글로벌 기술연구 책임자는 구글이 기존 사업의 수성과 새로운 혁신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알파벳의 충격은 기술주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오전 9시 56분 기준 나스닥지수는 1.64% 하락했으며, 서비스나우와 포티넷은 각각 23.3%와 21.7%의 폭락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AI 관련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에 대한 우려도 함께 깊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