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의 돼지들이 남긴 서글픈 교훈
조지 오웰의 풍자 소설 '동물농장'의 대미를 장식하는 문장은 모든 동물이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이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혁명을 통해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농장의 동물들은 권력을 장악한 돼지들에 의해 변질되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준수해야 할 일곱 계명을 세웠으나, 권력을 쥔 돼지들은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는 등 스스로 정한 규칙을 어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위반 사항에 맞춰 계명을 교묘하게 수정해 나갔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던 원칙은 어느덧 '두 발이 더 좋다'는 식의 자기합리화로 바뀌었으며, 원칙을 파괴한 주체는 정작 원칙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답변 뒤에 숨은 권력의 자기합리화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장의 회의 참석을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용어를 언급하며, 법 앞의 평등을 저해하는 사회적 불신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은 생성형 AI인 제미나이의 답변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마치 'AI조차 내 판단이 옳다고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행사가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적 가능성과 수사기관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는 서로 다른 차원의 논의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권위는 수사기관을 곁에 두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권한이 있더라도 이를 절제할 줄 아는 태도에서 빛난다.
과거의 잣대와 현재의 괴리
이 대통령이 '유권무죄, 무권유죄'를 언급한 대목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권력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한 불공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 말은, 역설적으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 여러 차례 재판을 겪었으며, 재판 출석 및 지연 문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관련 재판들은 중단되었고, 여권은 해당 사건들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며 국정조사와 특검법 검토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국회의원이나 주요 공직에 임명되었고, 박균택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만약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없었다면 이러한 일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말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삶의 궤적
물ness 사안마다 법적 절차와 판단이 존재하므로 대통령의 사법적 결론을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권력을 쥐기 전과 후의 태도가 왜 달라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피할 수 없다. 과거 이 대통령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골프 행태를 비판하며, 새벽부터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서민들의 피땀 어린 노동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하기도 했다. 권력자에게 예외 없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그 시절의 엄격한 잣대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 법 앞의 평등과 정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구호는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말의 진정한 무게는 입술이 아닌 그 말을 내뱉는 사람의 삶이 증명해야 한다. '동물농장'의 돼지들이 계명을 고쳐가며 예외를 만들었듯, 대통령 역시 '나부터'라는 원칙 아래 예외 없는 법 집행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대통령 또한 그 법 아래 있는 국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