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온실 중심의 기술 개발이 만든 농업 현장의 괴리
많은 도시 거주자들은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거대한 유리온실 내부에서 로봇이 토마토를 수확하고, 컴퓨터 시스템이 온습도와 양분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첨단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농업의 풍경은 이와 사뭇 다르다.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논밭 사이로 길게 늘어선 단동형 비닐하우스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시설원예 면적은 약 5만 4,000㏊에 달하지만, 첨단 스마트팜의 상징인 연동형 유리온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스마트팜에 대한 인식과 실제 농업 현장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스마트팜 정책과 기술 개발이 그동안 연동온실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의 핵심 요소인 복합환경제어 기술은 여러 개의 온실이 연결된 대규모 연동온실 구조를 전제로 발전해 왔다.
단동 비닐하우스의 구조적 다양성과 기술 적용의 한계
국내 시설원예의 주류를 이루는 단동 비닐하우스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단동 비닐하우스라 할지라도 농가마다 폭과 길이, 천창이나 측창의 유무가 다르고, 1중에서 3중까지의 피복 상태나 수막시설, 보온커튼의 설치 여부 등 구조적 조건이 제각각이다. 이로 인해 온실의 체적과 열용량, 환기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나타나는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다양성은 데이터의 축적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여러 농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연동온실을 기준으로 설계된 기술들이 단동 비닐하우스 환경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시설원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동 비닐하우스는 기술 개발의 중심축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경제성 격차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시설 구축에 따른 경제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대략적인 시공 단가를 살펴보면 3.3㎡(1평)당 유리온실은 약 100만 원 선이며, 연동온실은 20만~50만 원 수준이다. 반면 단동 비닐하우스는 10만~20만 원 정도로 훨씬 저렴하다. 현재 시행 중인 ICT 융복합 확산사업(온실 신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어 사업 자체는 타당할 수 있으나, 이러한 지원 체계만으로는 이미 전국에 널리 보급된 수많은 단동 비닐하우스를 스마트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시설원예의 상당 부분은 향후에도 단동 비닐하우스를 기반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첨단 시설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기존 농가들이 디지털 전환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구조는 지속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스마트팜 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핵심은 대규모 온실을 얼마나 첨단화하느냐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농가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확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연동온실과 단동 비닐하우스를 구분한 별도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신규 시설 확충 중심에서 기존 시설의 단계적 개보수 중심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또한 단동 비닐하우스에 최적화된 환경제어 기술과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제어기의 사후관리(AS)가 원활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하드웨어 보급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결합될 때 스마트팜은 진정한 현장 기술로 기능할 수 있다. 스마트팜은 소수만을 위한 전시용 기술이 아닌 농업 전체를 위한 기술이어야 하며, 대한민국 스마트팜의 미래는 가장 많은 농가가 활용 가능한 기술을 구축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