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방위로 확산되는 사이버 공격의 공포
금융권의 해킹 피해가 일상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은행권과 저축은행을 비롯해 상호금융, 캐피털, 보험사까지 피해 범위가 넓어졌으며, 이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 거래소에 이르기까지 공격 대상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사태는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이 불러온 치명적인 부작용 중 하나다. 미국의 AI 선도 기업인 앤스로픽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해커들이 AI 모델을 악용하여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기존의 금융 보안 체계는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당국과 각 금융사는 AI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보안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만 한다.
정밀해진 표적 공격과 북한 IP 탐지의 경고
최근 발생한 금융권 해킹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주로 외부 접속망을 이용하거나 사내 업무용 시스템에 침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특정 개인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스피어 피싱과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현재 예금이나 이체 같은 핵심 금융 시스템이 아직 침범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AI 모델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이 또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연쇄적인 해킹 과정에서 북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통한 접근이 대량으로 포착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비록 IP 주소만으로 해커의 국적을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과 보안 규율 강화 필요성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AI가 해킹의 도구로 쓰이게 되면서 보안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고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사들을 향해 정보기술(IT) 보안 역량을 높일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이 매우 결정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디지털금융총괄국 내에 디지털리스크분석팀을 꾸리며 사전 방어에 나섰으나, 현재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해킹 역량이 뛰어난 AI 모델을 역으로 활용해 보안 약점을 미리 찾아내고, 그 정보를 전 금융권이 공유하는 능동적인 방어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보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상자산 업계에 대해서도 은행권 수준의 강력한 규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결단
금융업의 근간은 고객이 맡긴 자산이 안전하다는 믿음, 즉 신뢰에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해킹은 이러한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사는 보안의 구멍이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가져야 하며, AI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앤스로픽이 자사의 프런티어 모델인 클로드를 통한 악의적 해킹 위험을 스스로 경고한 사실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