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반대로 무산된 '준회원국' 명칭
유럽연합(EU)이 캐나다에 '준회원국'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려던 기존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는 대신 '더욱 긴밀한 연합'이라는 보다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폴리티코와 가디언, 독일 dpa 통신 등 외신들은 28일(현지시간) 외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그리스를 포함한 여러 회원국이 공동성명 내에 캐나다의 '준회원국 지위'를 명시하는 것에 반대했으며, 이로 인해 해당 문구가 삭제되었다. 이번 공동성명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될 예정이다.
법적 근거 부재와 협의 부족이 발목 잡아
성명 초안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전 버전에는 'EU와 캐나다가 2027년 정상회의 전까지 준회원국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최신 수정안은 '캐나다와 EU 사이에 더욱 긴밀한 연합을 구축할 것이며, 2027년 정상회의까지 정식 가입에는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측 간의 갈수록 긴밀해지는 연합 개념을 구체화한다'는 식으로 문구가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주요 회원국들의 반대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EU 조약 체계 내에는 준회원국 지위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캐나다가 의결권 없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혹은 유럽이사회나 입법기구에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독일은 준회원국이라는 개념이 우크라이나나 몬테네그로처럼 정식 가입을 앞둔 국가들의 과도기적 단계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폰 데어라이엔의 파격 제안과 미국의 압박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 되었다. 한 외교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핵심 참모들을 제외하면 이 사안에 대해 사전에 협의한 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폰 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연례 정책연설을 통해 캐나다에 대한 준회원국 지위 부여를 제안했으나, 이는 일부 회원국조차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았다.
다만 이번 제안 철회가 양측의 협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폴리티코는 명칭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은 존재하지만, 집행부가 추진해 온 협력 범위의 대폭 확대라는 본질적인 방침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27일, 구체적인 용어보다는 캐나다 국민의 삶에 미칠 실질적인 변화가 더 중요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관계 악화에 대응해 EU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노력 중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캐나다 지원에 대해 추가 관세를 예고하며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