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달러 규모의 비밀 자금과 외교적 거래 의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중동 외교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온 재러드 쿠슈너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로부터 최소 20억 달러(한화 약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비밀 자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걸프 지역의 지도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쿠슈너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 매슈 콜은 최근 발간한 저서 ‘왕자들과 도둑들: 재러드 쿠슈너와 모하메드 빈 자이드의 중동 재편 비밀 계획’을 통해 이러한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20년 이상 국가안보와 정보기관의 비밀 작전을 취재해온 콜은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MBZ) 대통령과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쿠슈너의 중동 외교 활동에 개입하기 위해 여러 개의 비밀 계좌를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지도자가 2017년 초 쿠슈너에게 자금 지원과 은행 계좌 개설을 제안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와 외교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기술했다.
'알파'와 '베타'로 구분된 비밀 계좌의 실체
콜의 저서에 따르면 해당 비자금은 '알파'와 '베타'라는 두 가지 경로로 관리되었다. UAE 최대 금융기관인 퍼스트 아부다비 은행에 마련된 알파 계좌에는 약 7억 5,000만 달러(약 1조 20억 원)가 예치되어 있었으며, 이는 쿠슈너와 MBZ가 공동 관리하는 '외교 정책 기금' 명목으로 사용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한편, 약 10억 달러(약 1조 3,360억 원) 규모의 베타 계좌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었다. 콜은 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MBZ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권유를 받아 아제르바이잔을 경유해 이스라엘 중앙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했다고 밝혔다. 다만 베타 계좌에 들어온 자금의 정확한 용처는 불분명하며, 콜은 해당 자금이 쿠슈너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소비되었다고 주장했다.
외교적 '지름길'을 위한 자금 맞교환 의혹
쿠슈너가 걸프 지역 지도자들에게 외교적 영향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 소식통은 쿠슈너가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한 '지름길'을 찾고 있었다고 전하며, 그가 MBZ에게 펀드에 참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들의 의제를 관철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쿠슈너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발판 삼아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장부 외 자금 운용이 걸프 아랍 정부들의 흔한 부패 형태라고 지적하며, 그들에게 10억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이해충돌 논란과 쿠슈너의 반론
이러한 의혹에 대해 쿠슈너 측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관련 내용을 다룬 매체와 출판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해당 주장이 아무런 증거도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관련 계좌는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외국 국가나 지도자와도 재정적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변호인 역시 당시 정부윤리사무국에 제출한 재산 공개 자료를 통해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쿠슈너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퇴임 후 사우디 국부펀드가 쿠슈너의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파트너스'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사례나, 카타르 국부펀드의 뉴욕 부동산 투자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한 아랍 관료는 쿠슈너에게 돈을 주는 이유가 그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장인인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 선임고문 시절부터 친족 등용 논란을 겪었던 쿠슈너는 현재 공식 직함 없이도 이스라엘-아랍 관계 개선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에 참여하며 '딜 메이커'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