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연대와 외침
현지 시각으로 29일 오후 8시경, 예루살렘 파리 광장에는 드럼과 피켓을 손에 든 2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샤르당 중심의 야권 세력과 아랍계 정당이 결합한 공동 연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약 1시간 동안 시위를 이어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관저와 인접한 이 장소에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스탠딩 투게더’의 주도로 예루살렘의 다양한 사회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집결했다.
참가자들이 어깨에 드럼을 메고 채를 들어 올리자, 확성기를 잡은 여성이 “지중해에서 요르단강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구호가 울려 퍼진 뒤 광장에는 경쾌한 드럼 비트가 가득 찼다. “파시즘에 맞서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싸우자”거나 “인종차별적 정부를 대신할 공동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외침이 드럼 박자에 맞춰 반복되었고, 약 20분이 지나자 인원은 80여 명으로 늘어나 광장의 절반가량을 채웠다.
축제 분위기 속 피어난 평화의 목소리
시위는 점차 고조되어 색소폰과 플루트 연주가 더해지며 마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장에는 백발의 노인부터 반려견과 함께 나온 중년 여성,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까지 세대를 불문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소녀나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찾아온 배달 기사도 눈에 띄었으며, 참가자들은 서로 포옹하거나 볼에 입을 맞추며 친밀감을 나누었다.
오후 8시 40분경, 확성기를 든 여성의 외투가 벗겨지며 구호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참가자들은 ‘함께해야만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병기한 피켓을 들고 도로를 향해 늘어섰다.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들은 헤드라이트로 피켓을 비추거나 경적을 울리며 이에 화답했다. 음악과 춤, 구호가 어우러진 이 집회는 밤 9시 15분경 마무리되었으나, 도심 한복판이었음에도 경찰의 제재나 소음 관련 단속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적 격변기 속 유대·아랍 연정의 필요성
시위에 참여한 77세의 미카는 유대인과 아랍인이 공존하는 이스라엘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 퇴진이라는 정치적 목적과 더불어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인권적 측면에서 연정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22세의 다니엘라는 현재 정부의 인종차별적 경향과 정당 간 이해관계가 연정의 장애물이라고 비판하며, 아랍계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어야만 이스라엘의 안보와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세의 샤케드는 이번 연정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적인 점령을 종식하고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7일 치러진 크네세트 선거에서 아랍계 정당들은 19석을 확보하며 역대 최다 의석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48석을 보유한 반네타냐후 진영은 과반인 61석을 달성하기 위해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불투명한 연정 가능성과 향후 전망
이스라엘의 진보적 시민사회는 헤르츨리아와 예루살렘을 비롯해 텔아비브, 하이파 등 주요 거점에서 아랍계 정당과의 연합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그러나 반네타냐후 진영 내 우파 정당들이 아랍계와의 협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연정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질서운동’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오는 31일 텔아비브 하비마 광장에서 유대·아랍 연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