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들의 로봇 산업 영토 확장

이동통신사들이 로봇을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기초 단계를 지나, 로봇의 학습과 운영 관리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로봇에 새로운 과업을 교육하거나 제조사가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역량을 결합해 로봇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주요 통신사들은 로봇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부터 통합 운영 플랫폼 구축, 전용 요금제 출시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는 추세다. 국내 통신사들 또한 로봇 학습용 데이터 생산과 작업 경험의 축적 및 활용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로봇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 몰두하는 사이, 통신사들은 로봇의 실제 현장 배치와 운영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 육성과 통합 관리 플랫폼 전략

중국에서는 통신사가 로봇 기업 육성에 직접 참여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중국 매체 신경보의 보도에 따르면 차이나텔레콤 산하 AI연구원인 텔레AI가 지원한 '가마즈넝(Gamma Robotics)'이 최근 상하이에 둥지를 틀었다. 차이나텔레콤 계열 펀드의 투자를 받은 이 기업은 로봇의 물체 조작 능력과 이동성, 균형 유지 기술 등 현장 학습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한다. 양측은 휴머노이드 연구실을 공동으로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은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을 한데 묶어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장쑤 지역 플랫폼을 통해 21개 제조사의 로봇을 관리하며 359곳의 고객사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차이나유니콤 역시 로봇의 작업 배분과 통합 관제, 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제조사가 다른 로봇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함으로써 개별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으며, 통신사는 플랫폼 이용료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의 기술 실증과 로봇 전용 통신 상품

일본에서도 관련 사업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NTT도코모는 로봇 제어 전문 기업인 '로보츠'를 독립시켜 센서와 로봇팔, 로봇을 결합한 경비 서비스를 추진한다. 소프트뱅크는 에릭슨과 협력해 로봇의 AI 연산 일부를 인근 서버에서 처리하는 기술을 실증했다. 이는 모든 연산 장비를 로봇 내부에 탑재하는 대신 통신망과 외부 서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로봇의 특성을 반영한 특화 상품도 출시되었다. 차이나텔레콤의 안후이 지역 사업자는 지난 9월 화웨이 및 러쥐로봇과 협력해 로봇 전용 5G-A(5G 어드밴스드)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 요금제는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저지연 통신과 업로드 용량 확대, 통신 우선순위 기능 등을 제공하며 기존 데이터 서비스를 로봇 환경에 맞춰 세분화했다.

국내 통신사의 기술 표준화 및 서비스 차별화

국내 통신사들도 로봇 학습과 운영 기술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기반을 구축 중이다. 지난 7월 SK텔레콤이 제안한 '로봇 데이터 팩토리 연동 구조 및 방식'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T)의 신규 표준화 과제로 선정되었다. 이는 기종이나 플랫폼에 따라 상이한 로봇 데이터 형식과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데이터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KT는 이달 진행된 '2026 AID-X Day'에서 '로봇 스킬 플라이휠'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로봇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새로운 작업을 학습하고 검증하는 기술로, 클라우드와 엣지, 로봇 내부 연산을 연결하는 구조를 가진다. KT는 이를 자사의 로봇 서비스 플랫폼인 'KT RaaS 스위트'와 연계해 물류 및 제조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AI 에이전트와 로봇의 연결에 집중하고 있다. MWC에서 선보인 음성 AI 에이전트 '익시오 프로'와 로봇의 연동 시연은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로봇의 학습이나 관제보다는 이용자의 요구를 실제 행동으로 구현해 AI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접근이다.

시장의 성장성과 향후 과제

통신사가 로봇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로봇 데이터 전송을 위한 통신망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연산 자원, 통합 관리 소프트웨어, 현장 구축 및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월드 로보틱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25만 대를 기록했다. 제품 판매 외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RaaS 모델이 확산하는 추세다.

다만 로봇 시장의 성장이 곧 통신사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 제조사와 시스템통합(SI) 기업들도 학습과 관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통신사는 자사의 인프라가 실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기여함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IFR은 휴머노이드의 높은 유지·학습 비용과 불확실한 사업성을 보급의 장애물로 꼽았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 역시 표준화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유료 서비스로서의 안착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결국 통신사 로봇 사업의 성패는 고객의 운영 부담을 얼마나 경감하느냐와 기술이 반복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