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엔진의 경이로움과 30년 연구 인생

자신이 직접 설계한 로켓엔진이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대기권을 뚫고 솟구치는 광경은 여전히 경이롭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로켓엔진을 연구해 온 베테랑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발사체가 하늘로 오르는 순간만큼은 도파민이 솟구치는 어린아이와 같은 설렘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엔진을 실은 발사체가 비상하는 모습은 그에게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선 감동의 대상이다.

한 소장은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로켓엔진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은 대표적인 ‘우주 바라기’다. 그는 톤급 액체로켓엔진 개발의 핵심 인력으로 활약해 왔으며, 현재는 차세대 기술인 다단연소사이클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소장은 로켓엔진이 고온과 고압이라는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야 하며, 각 부품의 정밀한 제어가 필수적인 고난도 기술임을 강조했다. 그는 누리호의 개발과 발사를 통해 독자적인 액체로켓엔진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기술적 한계를 넘어선 75톤 엔진 개발의 여정

한 소장의 연구 인생은 한국 액체로켓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대학 시절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연소추진 분야를 연구하며 로켓의 핵심인 연소기 기술에 매료된 그는, 졸업 후 항우연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걸었다. 머릿속 도면이 실제 엔진으로 구현되어 작동하는 과정은 그에게 끊임없는 매력을 선사했다. 비록 설계와 제작, 시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두려움이 뒤따르지만, 엔진이 성공적으로 연소할 때 느끼는 성취감은 그를 다시 현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그의 경력에는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이라는 굵직한 이정표가 새겨져 있다. 특히 2003년, 러시아와의 협력 하에 진행되던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독자적인 기술 확보를 위해 30톤급 액체로켓엔진과 관련 시험 설비를 개발하기로 결정된 시점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연구진과 함께 가스발생기, 터보펌프, 밸브 등 핵심 장치들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이후 2007년부터 시작된 75톤급 엔진 개발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혹한 온도와 압력 조건이라는 난관을 안겨주었다.

당시에는 대규모 엔진을 검증할 인프라조차 부족해 개발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컸으나, 한 소장은 75톤 엔진 시제품을 제작해 30톤급 환경에서 성능을 입증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2013년 나로호 3차 발사 성공 이후, 그는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단 1년 6개월 만에 지상 및 고공 연소 시험장과 터보펌프 시험 시설 등을 모두 구축해 냈다. 비록 연소 불안정이나 엔진 폭발 같은 기술적 위기가 있었지만, 2016년 5월 결국 75톤 엔진의 첫 시험을 성공시키며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를 달성했다.

누리호의 상업적 도약과 미래 우주 전략

최근 누리호 5차 발사의 성공은 단순한 발사를 넘어 기술적 진보를 증명했다. 한 소장은 15기의 위성을 정해진 궤도에 순차적으로 분리하는 고난도 임무를 완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발사체 상단의 정밀한 자세 제어와 저충격 분리 기술이 완벽히 작동했음을 의미하며, 누리호가 다목적 우주수송수단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이를 통해 누리호의 누적 발사 성공률은 80%까지 상승하며 신뢰도를 높였다.

하지만 한 소장은 누리호가 글로벌 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입증을 넘어 실제 고객의 수주를 이끌어내려면 경제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개발용 센서를 조정하거나 부품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설계 변경 없이도 제작 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페어링 확장, 엔진 성능 향상, 구조 경량화 등을 통해 성능은 높이면서 비용은 절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현재의 연 1회 발사 체계로는 민간 기업이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산업체가 생산 인력을 유지하고 설비를 효율적으로 가동하려면 발사 횟수를 연 3~4회 수준으로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비용을 분담하며 수요를 함께 창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발사체 수출에 머물지 않고 위성통신과 우주 데이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제언이다.

새로운 우주 공급망과 혁신의 가치

한 소장은 스페이스X의 사례를 들어, 향후 우주 산업의 중심이 위성 인터넷과 우주 데이터 센터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분야는 위성을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발사해야 하므로, 발사체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통신 장비, 데이터 처리 기업들에게도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이 새로운 우주 산업 공급망에 조기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론 머스크의 말을 빌려,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과정 자체가 곧 혁신의 과정이며, 그 과정이 모여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낸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