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병세 진행을 억제하는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치료 성과가 환자의 신체적 조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가의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환자 개별적인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이번 연구는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이 치료 경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신체 기능 저하가 인지 기능 악화 가속화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팀(신재민 전공의, 박유정 연구원)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레켐비 투여 후의 임상 경과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고려대 구로병원의 실제 진료 기반 전향적 코호트인 'K-LEARN'을 활용해, 202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치료를 시작한 환자 187명의 데이터를 추적 조사했다.
조사 결과, 치료 전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을 겪고 있던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종합 평가하는 임상치매척도(CDR-SB) 점수가 훨씬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환자의 연령, 성별, 교육 수준은 물론 APOE 유전자형과 기존 중증도 등을 보정하고도 유효하게 나타났다. 연구 대상 중 신체적 노쇠 환자는 52명(27.8%), 근감소증 환자는 63명(33.7%)으로 집계됐다.
바이오마커 변화와 신체 상태의 괴리
흥미로운 점은 뇌의 아밀로이드 병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혈액 바이오마커인 'p-tau217'의 수치 변화에서는 신체적 조건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뇌 내 병리 변화 자체는 유사하게 나타나더라도, 환자가 가진 신체적 취약성이 실제 임상적인 증상 악화로 이어지는 경로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신체적 노쇠가 있는 환자군에서는 약물 주입 관련 반응도 더 빈번하게 관찰됐다. 노쇠 환자의 38.5%(20명)가 주입 반응을 경험한 반면, 노쇠하지 않은 환자군은 17.0%(23명)에 그쳤다. 주요 임상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신체적 노쇠와 주입 반응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은 확인됐다.
다각적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
강성훈 교수는 "레켐비 치료 시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뿐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핵심 지표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지기능과 뇌 영상, 혈액 지표를 살피는 기존 방식에 더해 걷기, 균형 감각, 근력 등 신체 기능을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개별 관리 계획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비치료 대조군이 없는 관찰 연구 형태이므로, 신체 기능이 레켐비의 효능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인과관계를 확정 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향후 운동 및 영양 관리를 통한 신체 기능 개선이 실제 치료 경과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후속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노화와 질병(Aging and Diseas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