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력은 줄고 AI 기술 투자는 급증
정부가 내년도 의료 및 돌봄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반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인력 지원은 축소하거나 동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돌봄 AI 관련 예산 규모는 기존보다 네 배 넘게 불어났으나, 취약계층을 관리하는 사례관리 인력 정원은 오히려 95명 감소했다. 지역 의료 분야에서도 AI 사업에 244억 원을 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료원 파견 인력에 대한 지원 예산은 80억 원 수준에 머물며 동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이라는 현장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술 중심의 투자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토론회’에서 공론화됐다. 이번 토론회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남인순·이수진·김윤·박지원·전종덕 의원이 속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총 148조 7,697억 원으로 올해보다 8.2% 증가하는 규모지만, 인력 지원 측면에서는 AI 투자 대비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검증 안 된 AI 사업의 무리한 확대
참여연대가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돌봄 분야 AI 사업 예산은 올해 56억 7,000만 원에서 내년 234억 6,000만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기존 ‘AI 복지·돌봄 혁신’ 사업의 경우 올해 7월 말 기준 실집행률이 8.8%에 불과하며, 내년도 예산 역시 25억 1,000만 원으로 절반 이상 삭감된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 AI 통합돌봄 플랫폼 구축 및 기술개발’에 144억 9,000만 원을, ‘복지돌봄 AI 활용기반 구축’에 64억 6,000만 원을 각각 신규 편성했다. 기존 사업의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명칭만 바꾼 신규 사업을 통해 AI 예산 전체 규모를 키운 셈이다.
반면 현장 인력은 줄어드는 추세다. 복지 서비스를 연결하는 통합사례관리사 정원은 기존 1,009명에서 1,059명으로 33명 감소했으며, 아동보호전담요원 역시 715명에서 653명으로 62명이 줄었다. 두 분야를 합치면 현장 인력 정원이 총 95명이나 감축된다. 전국 15개 시·도의 사회서비스원 운영지원 예산 또한 동결됐다. 송아영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AI 기술 활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효과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돌봄 및 사례관리 인력과 공공서비스 기관의 확충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의료 격차 심화 우려되는 예산 구조
지역 의료 분야의 예산 불균형도 심각하다. 내년에 신설되는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내 AI 관련 사업 예산은 244억 원에 달하지만, 지방의료원 파견 의료인력의 인건비 지원 예산은 올해와 동일한 80억 원에 그쳤다. AI 사업 예산이 파견 인력 지원비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구조다. 또한 국립대병원 등 책임의료기관 지원사업 예산은 1,154억 원에서 2,551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국립대병원으로 재정과 인력이 쏠리면서 지방의료원 등 의료 취약지의 공공병원 인력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지역 공공병원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지민 보건복지부 재정운용담당관실 서기관은 일부 의료인력의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이 줄어든 것은 건강보험 수가 보상 확대를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에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국고 예산 규모만으로 전체 지원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