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달러 몸값 노리는 AI 스타트업의 상장 행보
인공지능(AI) 분야의 대표적 유망주인 앤스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 달러, 한화로 약 2800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앤스로픽은 'ANTHROPIC'이라는 종목명으로 시장에 데뷔할 예정이며, 이번 상장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경 상장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21년 오픈AI의 핵심 인력들이 모여 설립한 앤스로픽은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동생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시대의 상징적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인공지능 모델인 '클로드(Claude)'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용 AI와 코딩 보조 도구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상장은 AI 스타트업이 처음으로 공개 주식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로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폭발적 매출 성장과 천문학적 손실의 양면성
상장 신고서에 나타난 앤스로픽의 재무 지표는 AI 산업의 급격한 팽창과 막대한 자본 투입이라는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앤스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62억 8600만 달러(약 21조 60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매출인 11억 6300만 달러와 비교해 약 14배나 급증한 수치다. 2023년 연간 매출이 4100만 달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024년 3억 8600만 달러, 지난해 45억 8500만 달러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도 전체 매출의 3.5배를 넘어서는 성과를 낸 것이다.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매출 규모가 수백 배로 팽창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막대한 손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4800만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29억 6900만 달러보다 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다만 이러한 순손실 수치에는 현금 지출 외에도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파생상품 및 전환사채의 평가 손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제 사업 운영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 손실은 같은 기간 6억 9300만 달러로 확인되었다.
인프라 투자 부담과 기업 고객 중심의 성장 동력
모델의 지능을 높이고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 또한 상당하다. 앤스로픽의 올해 상반기 컴퓨팅 및 인프라 관련 지출액은 89억 45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지출액인 23억 3400만 달러보다 약 4배가량 증가했다. AI 모델의 성능 고도화와 이용자 증가가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직결되는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기업 고객층에서 나오고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동안 1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 고객은 1만 1900곳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클로드를 단순 요약 도구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실무 수행용 도구로 채택하면서 매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월가의 시험대이자 기술적 위험성에 대한 경고
현재 앤스로픽의 기업 가치는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사이로 추산된다. 만약 2조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된다. 이번 상장은 AI 산업에 대한 월가의 투자 심리를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최근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면서, 수익성 대비 투자 비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상장은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겠지만, 낮은 가격에 상장되거나 주가가 부진할 경우 비상장 AI 기업들의 가치 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상장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하거나 혹은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앤스로픽은 기술적 위험성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고성능 AI 모델이 의도치 않은 동작을 하거나 외부 시스템에 피해를 줄 가능성을 투자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특히 AI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만으로는 모든 손실을 보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안전성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온 만큼, 공개 시장의 투자자들에게도 기술적 리스크를 명확히 전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