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독립성 인정된 울산대병원 판결
울산대병원 장례식장 내 식당에서 근무해 온 영양사와 조리 인력들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직접고용 요구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고등법원 울산제1민사부는 최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한 원고 4명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4일 법조계가 전했다. 재판부는 용역업체가 인적 자원을 독자적으로 관리하며 업무를 수행했다면, 근무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병원 소속 근로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은 여러 용역업체를 거치며 고용이 승계되는 방식으로 울산대병원 장례식장 식당에서 식자재 관리와 조리 업무를 맡아왔다. 이들은 병원 측이 채용을 비롯한 인사관리권과 근태관리, 업무 지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는 점을 근거로 병원이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조리 업무가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 사업에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도급과 파견의 경계…법원의 판단 근거
근로자파견은 파견업체가 고용한 인력이 사용업체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노동을 제공하는 형태를 뜻한다.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법정 파견 기간 제한을 어기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반면 도급은 수급업체가 독립적인 주체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계약 방식이다. 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하더라도 원청이 근로자를 직접 지휘하거나 감독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파견으로 보지 않는다.
원고들은 유족들이 장례식장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제물상과 음식의 종류 및 수량을 정하면, 병원 소속의 장례지도사가 주문서를 작성해 식당에 전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직접적인 지휘·감독의 증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이 상당한 수준의 지휘·명령을 내렸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장례지도사가 전달한 주문서는 도급인이 업무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근무 조의 편성이나 조기 출근, 연장근무 여부 역시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편입성 및 고용 승계 논란 종결
조리 업무가 병원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는 주장 역시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검토한 결과, 장례식장의 의무 설치 시설에 조리 시설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 용역업체가 교체될 때마다 기존 인력이 고용 승계된 점도 병원의 인력 관리 때문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상 신규 용역업체 선정 조건에 고용 승계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식자재 비용을 병원이 부담하고 주문 및 검수에 관여한 사실에 대해서도, 이는 용역계약에 따라 식자재를 제공하고 그 사용 내역과 재고를 보고받는 과정으로 해석됐다. 병원 측 대리인인 이동산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변호사는 증인 신문을 통해 유족의 주문부터 음식 제공까지 이어지는 업무 흐름을 단계별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근무 편성 및 근태 관리 등의 인사 권한이 용역업체에 있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