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열폭주가 불러온 1140억 원 규모의 재난

지난 7월 인천 서해구 석남동에 위치한 쿠팡32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 창고 내 보관 중이던 ‘리튬이온배터리’의 폭발로 밝혀졌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된 열폭주 현상이 제품의 케이스와 포장재, 그리고 인근의 종이박스들로 급격히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화마로 이어졌던 것이다.

소방청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화재가 처음 시작된 지점은 센터 B동 6층에 위치한 적재 선반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구역에 놓여 있던 리튬이온배터리가 열폭주 반응을 일으키며 불꽃이 튀었다는 설명이다.

109시간의 사투와 막대한 재산 피해

이번 화재는 7월 18일 오전 6시 45분경 첫 신고가 들어온 뒤, 진압을 위해 경찰 371명과 소방 인력 507명을 포함해 총 917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었다. 또한 헬기 7대를 포함한 총 255대의 장비가 동원되어 109시간 30여 분이 지나서야 불길을 완전히 잡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 2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하여 경상을 입었으며, 추산되는 재산 피해액만 무려 1140억 원에 달한다.

조사단은 관계자들의 증언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면밀히 분석하여 B동 6층(메자닌 2층)의 물품 적재 선반을 발화 지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해당 장소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포함된 생활용품들이 적재되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서도 수거된 탄화 배터리의 셀 절연 파괴로 인한 발화 가능성이 입증되었으나, 화재로 인한 소실 정도가 너무 심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최초 발화원이었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확산 경로와 향후 안전 대책

화재는 초기 발생 이후 제품 포장재와 주변의 종이박스들로 옮겨붙었으며, 이후 건물의 상층부 외벽을 타고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길은 수직 방향으로 7층과 8층 옥상층 식당까지 치솟았고, 수평으로는 B동 외벽을 따라 A동 방향으로 넓게 번져나갔다. 한편, 해당 건물은 2000년 5월에 건축허가를 받았기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대형 물류창고의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되어 있었다.

소방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튬이온배터리 및 관련 제품의 보관 안전 기준을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배터리의 충전량에 따른 화재 위험도를 고려하여, 물류창고 보관 시 충전 상태(SOC)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최용철 소방청장은 배터리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사업장들이 보관 구역을 철저히 관리하고 초기 화재 감지에 유의해야 하며, 가능한 한 배터리 충전량을 낮춘 상태로 보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