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AI를 아우르는 SK의 신성장 동력 확보
SK그룹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인프라를 위한 대규모 국내 투자와 더불어,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전 분야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기업과 정부 사이의 협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경제계와 국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까지 수행하며 국가적 도약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기 위해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한미 양국이 최대 1200억 달러(약 16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활용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파워'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국내 기업들과 함께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공동 인수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현재 SK를 포함해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7~8개 기업이 컨소시엄 참여를 논의하고 있으며, 전체 투자 규모는 약 4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공동 인수가 성사될 경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재무적 부담이 완화되는 동시에 한미 원전 협력 관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도 SK의 행보는 거침없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2년 미국의 소형모듈원전(SMR) 전문 기업인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약 3311억 원)를 투자하며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했던 지분 일부를 한수원에 매각함으로써 국내 공기업의 SMR 사업 참여를 지원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테라파워와 해외 SMR 사업의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으며, 국내 원전 기업들이 관련 기자재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21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및 AI 인프라 투자
국내에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축으로 한 대규모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향후 10년간 매년 100조 원 이상, 총 2100조 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 중 1100조 원은 반도체 생산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캠퍼스에 100조 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을 각각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나머지 400조 원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핵심 전략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투입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의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건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 회장은 지난 9일 예정지를 방문해 용수나 전력 공급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적절한 시기만 맞출 수 있다면 조기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총 1000조 원이 배정되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2035년까지 전국에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먼저 여러 지역에 5GW 규모의 센터를 분산하여 설치한 뒤, 시장의 수요와 사업 성과를 분석해 10GW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간 AI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민간 외교관과 경제계의 가교로서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정부의 경제 외교를 지원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도 활약해 왔다. 지난 7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동행하여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과 투자 필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또한 지난해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의장을 맡아 정부와 국내외 기업 간의 협력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더불어 최 회장은 국회와 경제계를 잇는 소통 창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국회 경제대도약위원회에서 그는 조정식 국회의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는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 혁신과 기업 성장을 돕는 정책 등 경제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