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6회 분량의 극한 테스트

미국의 휴머노이드 전문 기업인 피겨AI가 자사의 로봇을 러닝머신 위에서 극한의 보행 테스트에 몰아넣고 있다. 브렛 애드콕 피겨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한국 시각) 3세대 모델인 ‘피겨03(F.03)’이 9일간 약 560km를 이동하는 영상을 X(옛 트위터)를 통해 선보였다. 이어 24일에는 로봇이 13일 연속으로 쉼 없이 걷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누적 이동 거리가 약 679km(422마일)에 달하고 총 걸음 수는 150만 보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풀코스 마라톤을 16번 이상 완주한 것과 맞먹는 엄청난 수치다.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선 실전 성능 증명

피겨AI는 로봇의 반복적인 수행 능력을 대중에게 공개해 온 전력이 있다. 지난 5월에는 피겨03 여러 대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택배 상자를 집어 바코드가 스캐너를 향하도록 정렬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200시간 동안 연속으로 생중계했다. 초기에는 8시간의 시연으로 계획되었으나 방송이 연장되었고, 이 과정에서 약 25만 건의 물량을 처리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시청자들은 로봇들에게 ‘밥’, ‘프랭크’, ‘게리’와 같은 개별적인 이름을 붙여주며 응원을 보냈고, 로봇의 이름을 새긴 티셔츠가 판매되는 등 팬덤 현상까지 나타났다.

고장 방지를 위한 혹독한 검증 과정

애드콕 CEO에 따르면, 이번 보행 테스트는 로봇에 지속적인 부하를 가해 어떤 형태의 결함이나 고장이 발생하는지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피겨AI는 지난 4월 생산 및 운용 현황을 발표한 자료를 통해, 로봇을 더 긴 시간 동안 더 많은 양으로 운용함으로써 기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오류들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제품 출고 전 단계에서 이미 스쿼트나 조깅 같은 전신 운동을 수천 번 반복하는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기술력 과시와 상업적 가치의 결합

현재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로봇은 내구성을 검증받는 동시에,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강력한 성능을 입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피겨AI는 로봇을 단순히 눈길을 끄는 구경거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채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꾼으로 변모시키려 한다. 로봇에 별명을 붙여 친근감을 형성하고 다음 기록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러한 실험적 과정은, 결국 기업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