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사명으로 바꾼 가디 아이젠코트
2023년 12월 8일, 이스라엘 헤르츨리야 군묘지에서는 가자지구 북부 전투 중 전사한 25세 갈 아이젠코트 예비역 원사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울려 퍼졌다.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통해 아들과 동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가족이 단단히 결속할 것이며,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맹세했다. 이 비극적인 가족사는 약 3년 뒤인 지난 27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에 대항하는 야권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야샤르당을 이끄는 가디 아이젠코트(66) 대표다.
1960년 북부 티베리아스에서 모로코계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폴란드계 엘리트 출신인 네타냐후와는 대조적인 배경을 지녔다. 만약 그가 총리직에 오른다면 이스라엘 사회에서 유럽계인 '아슈케나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미즈라히(중동·북아프리카계 유대인)' 출신으로는 처음이 된다. 1978년 골라니 여단에 입대한 이후 41년간 군 복무를 이어온 그는 야전 지휘관을 거쳐 네타냐후 집권기인 2015~2019년 사이 군 최고위직인 참모총장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정치적 행보와 차별화된 안보 기조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22년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의 국가통합당에 합류하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습격 이후 비상정부에 참여해 무임소 장관직을 수행했으나, 하마스 격퇴와 인질 귀환을 위한 네타냐후의 결단력 부족을 비판하며 2024년 6월 내각을 떠났다. 이후 당의 노선 차이로 간츠와 갈등을 빚다 지난해 7월 탈당했으며, 9월에는 '정직'을 뜻하는 야샤르당을 창당했다. 그는 아들 갈을 비롯해 조카 마오르 코헨과 요게브 파지까지 전쟁터에서 잃은 개인적 고통을 정치적 사명감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AP 통신은 그의 가족사가 병사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인물이라는 신뢰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법정에 서는 네타냐후의 모습은, 소박한 성장 배경을 가진 아이젠코트의 청렴한 이미지와 대비되어 강력한 반네타냐후 정서를 형성했다. 안보 측면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반대와 하마스 무장 해제 요구 등 네타냐후와 유사한 강경 기조를 보이지만,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과 병역 불균형 해소라는 점에서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그는 대법원 주도의 국가 조사위원회 설치와 초정통파(하레디)를 포함한 전 시민의 병역 의무화를 공약했다.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교착 상태
현재 29일 중간 개표(93.8%) 결과에 따르면 네타냐후 진영은 53석, 아이젠코트의 반네타냐후 연대는 48석, 아랍계 정당은 19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진영도 의회 과반인 61석을 달성하지 못해 정국은 교착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아이젠코트 진영이 아랍계와 손을 잡을지, 혹은 네타냐후와 거국내각을 구성할지는 매우 어려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가족을 잃은 그가 하마스 침공 실패를 조사할 위원회 설치를 거부하는 정부에 협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하며, 양측의 결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