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로 휴가 신청부터 총기 관리까지
육군 병영생활관 출입문 옆에는 기존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휴가를 계획 중인 한 육군 장병이 기기에 지문을 인식한 뒤 화면을 통해 '휴가 신청' 메뉴를 선택한다. 이어지는 단계에서 날짜와 신청 사유를 입력하면, 부대 지휘관은 자신의 업무용 스마트폰에 전송된 신청 내역을 확인하고 즉시 승인한다. 외출이나 외박, 진료 신청은 물론 체력단련장이나 흡연장 같은 병영 내 특정 구역으로의 이동 보고 역시 키오스크를 통해 간편하게 처리된다.
사격 훈련 준비 단계에서의 총기 관리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생활관 내부에 마련된 총기함은 별도의 자물쇠 없이 이중 시건 구조로 되어 있다. 간부가 먼저 지문 인식을 통해 총기함을 열면, 장병들이 차례로 지문을 인식해 개별적으로 잠긴 자신의 총기를 수령해 나간다. 이 모든 과정은 부대 지휘관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지난 28일, 유승하 육군 정보화기획참모부장(소장)은 육군 9사단에서 진행 중인 '지능형 스마트부대' 시범 적용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간부들이 겪는 불필요한 행정 업무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있다. 행정 처리에 소모되는 정신적·육체적 피로도를 낮춰, 군 본연의 목적인 전투 임무 수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행정 업무 97% 급감, 전장 데이터 허브로 진화
새롭게 구축된 '스마트 플랫폼'은 지휘관이 스마트폰 하나로 병영 생활 전반과 총기·탄약 관리, 교육훈련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 과거에는 사격 훈련이 끝나면 지휘관이 부대로 복귀해 PC에 훈련 내용을 일일이 기록해야 했으며, 이는 부대원 평가의 근거가 되었기에 간부들이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스마트부대 체계에서는 사격 직후 스마트폰으로 평가 결과를 즉시 입력함으로써 모든 행정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수기로 진행되던 유류 관리 역시 자동화되었다. 실물 카드를 태그(Tag)하는 것만으로도 차량별 주유 시간과 저장고 내 휘발유 및 경유 잔량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 기존의 번거로운 수기 기록 작업이 사라졌다. 육군에 따르면 시범 부대의 경우 매주 약 700분이 소요되던 행정 업무가 21분으로 단축되어 약 97%의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주당 840분이 걸리던 총기 관리 절차(개방, 분출, 수기 입력, 반납, 잠금, 재입력)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육군은 2034년까지 전 부대를 지능형 스마트부대로 전환할 방침이다.
전투 현장에서의 활용을 위한 '모바일 체계'도 함께 소개되었다. 보안이 강화된 '군용 스마트 단말기(Tactical Edition)'를 통해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적군의 위치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탑재된 이 단말기는 전방 드론이 송출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육군은 2034년까지 약 6만 대의 단말기를 확보해 전 부대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계층 통합 네트워크와 AI 기반의 지휘통제
육군은 지상과 공중,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ADC2)와 'Army TIGER+'를 구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과거 고정된 통신장비 중심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저궤도위성(우주), 중계 드론(공중), 통신 차량(지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다계층 통합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자체 개발한 업무 지원용 AI 플랫폼 '아비스(Arvis)'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사례도 제시되었다.
유승하 정보화기획참모부장은 "앞으로도 AI와 데이터, 초연결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끊김없는 지휘통제가 가능하고, 전 장병이 전투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적의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육군은 앞으로도 정보화 정책의 현장 적용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민·관·군·산·학·연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장병들이 전투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스마트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